사람의 일생에 대한 연구 중 흥미진진한 연구들이 많이 있다. 여러 연구들 중에서 필자는 사람들이 일생 동안 쓰는 시간 비율에 대한 연구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마이클 포티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7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사람들이 잠을 자는 시간은 23년, 일하는 시간은 18년,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7년, 식사하는 데 쓰는 시간은 8년, 줄서거나 기다리는 시간은 5년, 화를 내는 시간은 2년, 그리고 웃는 시간은 대략 89일 정도라고 한다.
물론 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이 통계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웃는 시간을 보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참 씁쓸하기까지 하다. 고작 89일을 웃기 위해 아등바등 산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시간 비율 중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잃어버린 것을 찾는 시간이다. 혹 여러분들은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것을 찾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는지? 포티노의 연구에 따르면 이 시간은 인생에서 약 1년 정도라고 한다.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1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뭔가를 찾는 데 보낸다. 필자는 이 시간이 너무도 아깝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보지만 매번 헛수고다. 필자의 부주의에 의해서 어디에 놓았는지를 생각해내지 못했기에 모든 서랍을 송두리째 쏟아 부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잊거나 잃는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은 오히려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훨씬 낫다. 또 잃어버린 것이 계기가 되어 훨씬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잊거나 잃으면 결코 기분이 좋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을 찾아야 하고, 그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라드반스키 심리학 교수는 이런 건망증을 문지방 효과로 설명하였다. 문지방 효과란 한 마디로 말하면 “뭘 하려고 했더라?”이다. 가장 쉬운 예로 서랍을 열었는데 왜 열었는지를 모를 때, 또는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갔는데 왜 갔는지를 모를 때이다. 즉 문지방을 넘으면서 그 전에 생각하고 있었던 목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문지방 효과다.
지금 우리나라 전체가 문지방 효과에 빠져 있다. 정부는 물론 교육계, 노동계, 경제계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분야들이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많은 어려움에 처했었고, 또 그것을 이겨냈다. 그런데 그것들이 우리에겐 문지방이 아니었나 싶다. 한 단계를 넘을 때마다 우리는 그 전 단계에서 생각했던 간절했던 것들을 모두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뭔지를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 세계 경제가 신(新) 금융 위기에 처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굳이 세계까지 범위를 넓히지 않더라도 최근 우리 금융 시장만 보더라도 분명 외환위기와 같은 긴박한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고 자기 말하기에 바쁘다. 안타깝게도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이 없는 것이 지금 우리의 상황이다. 연구자들은 문지방 효과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지 말 것!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정할 것! 메모를 할 것! 여유를 가질 것! 반드시 일정한 시간을 내어 산책을 할 것! 목표 의식을 가질 것! 이 외에도 참 많은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모두가 다 좋은 방법들이다. 여기에다 필자는 하나의 방법을 더 추가 하고 싶다. 그것은 본질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뭔가를 찾는데 더 이상 시간을 빼앗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