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근무·나흘휴식 現제도<BR>지역경제 찬물 등 부작용<BR>새 근무체제 2개 시범운영<BR>사내 이견 해소 더불어<BR>지역민 공감대도 중요
도입 4년여 동안 포항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폐해가 지적되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포스코의 `4조 2교대 근무`체제가 정준양 전 회장의 퇴진이후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포스코가 새로운 근무체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신 4조2교대와 신 4조3교대제를 지난 5월 16일부터 두달씩 4개월간 시범실시 중인 것이다.
포스코는 시범실시가 마쳐 가는 오는 9월 10일 전후 포항과 광양제철소 교대근무자 7천여명을 대상으로 선호투표를 실시, 다수 직원이 선택한 결과에 따라 근무형태를 최종결정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포스코가 과연 어떤 선택으로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지 관련 기업체와 지역 사회, 주민들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관련기사 3면
△신교대제 도입까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취임 이후 본사 및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생활문화 개선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인 채혈까지 동원한 금연운동, 뱃살 빼기, 감사나눔운동이었으며 경영에서는 `4조 2교대 근무`전환이었다. 당시 그는 이를 통해 직원들이 12시간씩, 나흘을 근무한 뒤 내리 나흘을 쉼으로써 레저와 재학습 등 자기관리 강화가 생산력과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곧이어 확인된 결과는 달랐다. 그동안 알려져 왔다시피 휴가와 마찬가지인 4일 동안 직원들이 타 지역으로 레저 모임을 떠나고 심지어 동남아 골프여행도 이어졌다.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던 사원단지 주변의 술자리와 단체회식이 격감하면서 음식과 식당을 중심으로 매출감소는 지역경제계의 호소로 모아졌다.
기대했던 경쟁력 강화는커녕 업무 집중도가 저하되면서 산재도 잇따랐다. 전세계 유일의 공법인 파이넥스 설비가 상업가동에 들어가 한창 검증되는 상황에서 폭발과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
하도급사의 노동강도는 오히려 강화돼 지난 2013년 12월 16일에는 D사 직원 1명의 추락 사망사고 6시간 뒤 파이넥스공장에서 2명이 질식해 하루에만 3명이 참사에 희생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포항지역사회의 우려는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결집되지 못한 채 산발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의 협의체로서 과거에는 지역의 주요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던 포항지역발전협의회는 물론 주요 단체들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어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도 대응의 적기를 놓쳤다. 심지어 한 임원은 지난해 포항시 주최로 열린 주요 기업 및 기관단체 연석회의에서 근무제 개선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식당과 주점 등 소비문화를 레저 등 한차원 높은 여가문화로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답해 안일한 현실인식으로 빈축을 샀다.
△새 근무체제 둘러싼 복잡한 상황
결국 포스코가 새 근무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으나 지난 4년전 회사 안팎의 상황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여러 변수가 많다.
우선 현재 시범 운영을 마쳤거나 진행 중인 `신 4조3교대`와 `신 4조2교대` 모두 논란거리다. 경영진은 전자를, 직원들은 후자로 선호도가 각각 엇갈려 있다. 특히 직원들은 신 4조3교대로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실질 급여는 감소한다는 반발이 팽배하다. 이로 인해 9월초 예정된 선호도 조사 투표에서 직원 대다수가 신 4조2교대를 압도적으로 선택할 경우 포스코가 당초 표명한 그대로 시행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일각선 의문을 제기한다.
23일 포스코 관련 기관의 한 중간관리자는 “오랜 기간 축적된 경영 역량을 보유한 포스코가 경영적 판단이 아니라 여론조사에 의해 경영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자체가 의아스럽다”면서 “포스코가 과거 박태준 창업자 시절 사원들의 노동을 희생해 오늘의 기반이 됐지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근무체제 개편의 효과가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체감될 만큼 파급이 없을 경우 여러 문제도 우려된다. 특히 포스코가 원가 개선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설비의 경우 포항 사회단체가 시민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황에서 포스코가 진정한 지역협력 의지를 내보일지에 상당한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재섭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포항시민들이 포스코의 현 상황에 대해 가지는 위기의식과 애정은 최근 알려진 것보다 훨씬 깊고 크다”면서 “포스코의 전 구성원들이 이에 걸맞는 의지를 새 근무체제 선택을 통해 보여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