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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곽규진(목사)
등록일 2015-08-07 02:01 게재일 2015-08-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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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웰다잉(Well-Dying) 논의가 한창이다. 웰다잉 교육이 정부 차원에서 실시된다. 죽음을 이해하고 존엄을 유지하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미리 준비시켜주는 체계적인 죽음 준비 교육 프로그램을 정부산하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아름답고 존엄한 나의 삶`을 주제로 6주짜리 죽음준비교육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바꾸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 또한 중요하다. 동물과 다르게 인간만이 죽음을 선취하여 존엄한 최후를 선택할 수가 있다. 그래서 삶을 채우는 열정 못지않게 죽음을 준비하는 열정 또한 아름답다.

연일 폭염이 대지를 달구고 있다. 결실을 위한 자연의 마지막 열정이다.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고 우리의 죽음을 아름답게 할 인생의 컨텐츠는 무엇인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 열정은 무엇인가?

열정이라는 말의 영어 `enthusiasm` 은 보통은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 `속에 있던 것을 밖으로 화끈하게 내보는 것`을 뜻한다. 즉 `out` 을 가리킨다. 그러나 영어 `enthusiasm` 은 `en`이란 말과 `thusiasm` 이란 말의 합성어이다. en은 `in` 이란 뜻이고 `thusiasm`은 `theos`에서 나왔다. 즉 열정은 `신(神) 안에 있는 것`이다. 신적 영감 속에서 신명나게 사는 것 못지않게 신적 위로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인생을 행복한 열정으로 채우는 것이리라.

죽음을 너무나 아름답게 맞이한 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난다. 내가 집을 방문했을 때 말기암으로 집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죽음을 하루 앞둔 고통 가운데서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와 나의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해 주었다. 주머니에 고이 간직한 몇 장의 지폐를 꺼내어 주면서 나의 어린 자녀들에게 과자를 사 주라고 했다. 임종 몇 개월 전의 어느 새벽에는 예배당에 혼자 남아 천국에 대한 소망을 담은 긴 노래를 끝절 까지 부르기도 하였다. 환한 오전 햇살이 비치는 날 그녀는 영원한 세상으로 떠나갔다.

/곽규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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