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차림 포항시내 관광<BR> 확진환자 발생사실 몰라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포항에 들어온 미군들이 사전에 메르스 발생 사실 등 전염성 질환 발생지역 입국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어 해병대와 미군 간 방역 정보 공유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6일 오후. 포항 시가지에서는 최근 북구 기계면 소재 고등학교 교사 A씨(59)가 메르스 양성으로 확진됨에 따라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행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는 7월까지 한미연합훈련(KMEP)이 예정되면서 무적캠프의 포항 주둔 미군은 물론 해외 기지에서 입국한 병력까지 100여명이 포항으로 이동, 이날 시가지 곳곳에서는 사복 차림으로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미군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는 전혀 없어 이를 본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확인 결과 이들은 한국은 물론 상륙지인 포항에서 최근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상가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K사병 등 미해병대원 일행 네명은 입을 모아 “`메르스`라는 질병을 처음 들어봤다”면서 “길에서 만난 한국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궁금했는데 한국에서 전염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처음 듣는다”고 놀라워했다.
한 편의점에서 만난 H사병도 “한국의 의료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큰 걱정은 안 하지만 미리 알았더라면 마스크라도 착용하고 나올 것을 그랬다”면서 “귀대 후 더 정확하게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상가의 한 이발소 주인 J씨는 “어려운 지역경제 형편에서 미군들이 관광도 즐기고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도 얻는다는데서 포항 방문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이들도 엄연히 전염질환으로 부터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는 만큼 미군의 사전 공지가 없었더라도 한국 해병대가 먼저 정확한 정보를 전했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한 안경점 주인 L씨도 “미군들이 한미 양국의 군으로 부터 미리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무조건 시내 관광을 꺼리는 등의 과민반응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해병대 제1사단 측은 미군 측에서도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해병대에서 주도적으로 이를 통보하기에는 미군에 행정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대규모 훈련을 앞두고 미군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교육훈련참모실에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며 “미군에서 미리 별다른 조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해병대 제1사단은 자체적으로 지난 4일부터 메르스 발생지역에 휴가를 제한하고 출타 복귀자에게 체온 측정, 문진 등의 메르스 예방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