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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사람없어 식당 문닫고 경로당 썰렁

전준혁기자
등록일 2015-06-15 02:01 게재일 2015-06-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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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진` 고교교사 근무 포항 기계면 르포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청정지역이었던 경북에도 양성 확진 판정자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오후, 확진 판정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휴원에 들어간 포항의 한 의원에 셔터가 굳게 닫혀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인근지역 안강장 열려도

버스타는 승객없어 텅텅

방역 차량만 분주히 소독

60세 이상 1천900여명

감염확산땐 큰 피해 우려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동국대 경주병원에 격리됐던 포항시 북구 기계면 소재 고등학교 교사 A씨(59)가 양성 확진된 뒤 이틀이 지난 14일 오후. 기계면은 인근 경주시 안강읍에서 장이 서는 날이었음에도 버스손님은 단 한 명도 없어 정류장 한쪽 버스 안에서는 운전기사만이 홀로 앉아있었다.

버스기사 B씨는 “평소 절반 이상 손님이 줄었다.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상태”라며 “메르스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고 말하고서 대화를 위해 잠시 벗어뒀던 마스크를 다시 착용했다.

면 내 상점들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음식점 등 몇몇 상가는 문을 굳게 닫은 채 영업을 포기했고, 그나마 문을 연 편의점에서도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의점 주인 C씨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 문을 닫고 어디 휴가나 떠날까 고민 중이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A씨가 재직했던 학교는 물론, 진료를 받았던 해당 의원도 문을 닫은 채 영업중지 안내문구가 입구에 붙어 있었고, 경로당에서도 어르신들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모내기가 4~5일 전 끝나 농사에는 큰 차질이 없어, 농민들은 이른 아침에 가끔 나와 농사일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주민의 모습이 뜸한 길가에서는 방역을 위한 차량과 관계직원들만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확진 판명 당일 이후 지난 13일 하루 동안만 60여명의 관계자들이 19대의 방역차량을 동원해 마을 곳곳에 소독을 실시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눈길은 숨길 수 없었다.

5천480여명의 주민이 사는 기계면에서 60세 이상 노인이 1천900여명이나 돼 만약의 사태의 경우 큰 피해가 올 수 있다는 것.

주민 이모(85)씨는 “확진자 A씨가 다녀갔던 의원에서 지난주 진료를 받고 2시간가량 링거를 맞았었다”며 “아직 보건소나 공무원으로부터 연락이 온 적은 없으나,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면 너무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서상일 기계면장은 “보건소와 별개로 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민심안정과 방역활동”이라며 “메르스는 예방수칙만 잘 준수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 한편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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