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명 자
해발 220m
풍경처럼 내어걸린 푸른시인학교
남루한 행장 걸머쥐고 내려선 발 앞에
너 먼저 와 있었구나
죽북초등 교정 모퉁이
치켜든 눈썹 옹다문 입술
치병의 끝인 줄 알았는데
미열의 이마로 도지는 상사의 꽃그늘
진저리치듯 예감한다
< ···>
순식간에 별똥별 꽃술 속으로 지다
앓아야 할 깊은 병으로 가야할 길이라 했더냐
끝끝내 몸 한 채 홀랑 태워먹고
홀로 금 하나 그어놓지 않았다
그해 시인이 본 산속 분교 운동장에 내리던 유성우(별똥별)와 교실 앞 화단에 피어오른 상사화 몇 송이를 시인학교 문학캠프에 참석했던 필자도 보았다. 참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막힌 풍경이 이러한 깊은 서정의 시 한 편을 탄생시킨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깊은 병을 가슴에 품고 끝내 몸 한 채 홀랑 태워먹고도 이르를 수 없는 더 멀고 깊은 곳에 있거나 영원히 이르를 수 없는 곳에 있지 않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