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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 풍경 1

등록일 2015-05-20 02:01 게재일 2015-05-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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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 석
폐차장 뒷길, 석양은 내던져진 유리 조각

속에서 부서지고, 풀들은 유리를 통해 살기를 느낀다

밤이 오고 공기 중에 떠도는 물방울들

차가운 쇠 표면에 엉겨 반짝인다

어둠 속으로 투명한 속을 열어놓으며

일부는 제 무게에 못 이겨 흘러내리고

흙속에 스며들어 풀뿌리에 닿는다

붉은 녹과 함께 흥건한 녹물이 되어

일부는 어둠 속으로 증발해버린다

땅속에 깃들인 쇳조각들 풀뿌리의 길을 막고

어느덧 풀뿌리에 엉켜 혼곤해진다

신문지 위 몇 개의 사건들을 덮는 풀

쇠의 곁을 돌아서

아늑하게, 차차 완강하게 쇠를 잠재우며

풀들은 또다른 이슬의 반짝임 쪽으로 뻗어나간다

뒤쪽 풍경은 대개의 경우 어둡고 읍습하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버려진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도 풀이 자란다. 폐차장 뒷길에 난 풀은 기름 찌꺼기와 폐품에서 흘러나오는 악취 속에서 뿌리 뻗고 자란다. 비록 열악한 여건 속에서 나서 자라지만 그 폐품들을 뚫고 이슬의 반짝임 쪽으로 뻗어가는 것이다. 비루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도 별반 다름이 없지 않겠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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