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 석
속에서 부서지고, 풀들은 유리를 통해 살기를 느낀다
밤이 오고 공기 중에 떠도는 물방울들
차가운 쇠 표면에 엉겨 반짝인다
어둠 속으로 투명한 속을 열어놓으며
일부는 제 무게에 못 이겨 흘러내리고
흙속에 스며들어 풀뿌리에 닿는다
붉은 녹과 함께 흥건한 녹물이 되어
일부는 어둠 속으로 증발해버린다
땅속에 깃들인 쇳조각들 풀뿌리의 길을 막고
어느덧 풀뿌리에 엉켜 혼곤해진다
신문지 위 몇 개의 사건들을 덮는 풀
쇠의 곁을 돌아서
아늑하게, 차차 완강하게 쇠를 잠재우며
풀들은 또다른 이슬의 반짝임 쪽으로 뻗어나간다
뒤쪽 풍경은 대개의 경우 어둡고 읍습하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버려진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도 풀이 자란다. 폐차장 뒷길에 난 풀은 기름 찌꺼기와 폐품에서 흘러나오는 악취 속에서 뿌리 뻗고 자란다. 비록 열악한 여건 속에서 나서 자라지만 그 폐품들을 뚫고 이슬의 반짝임 쪽으로 뻗어가는 것이다. 비루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도 별반 다름이 없지 않겠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