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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쌓이면 다중인격 연기 하고파”

연합뉴스
등록일 2015-03-16 02:01 게재일 2015-03-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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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음, 종영한 MBC `킬미, 힐미`서 지성과 환상호흡
지난 12일 종영한 MBC TV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로 가장 존재감을 알린 배우는 차도현 역의 지성(38)이었다.

지성은 아동학대 상처 때문에 평생을 다중인격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인물을 맡아 놀라운 캐릭터 쇼를 선보였다.

지성만큼 큰 갈채를 받지는 못했지만 자기 몫을 알차게 한 배우가 바로 오리진 역의 황정음(30)이다.

우리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던 차도현과 인격들의 현란한 변신이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도 황정음 특유의 몸을 던진 연기가 박자를 맞춰준 덕분이다.

3개월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을 살리려고 지성 오빠를 밀어주기로 했다”고 공언했고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킨 황정음을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고무된 표정의 황정음은 “`비밀`(KBS 2TV·2013)에 이어 두 작품을 하니 친오빠처럼 느껴지는” 지성의 연기에 대한 극찬으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지성 오빠가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처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요나`(차도현 인격 중 하나로 발랄한 여고생)로 등장했을 때였어요. 그때 지성 오빠가 정말 차지게 연기하더라고요.” 황정음은 “지성 오빠 연기를 구경하다가 제 대사를 까먹기도 했다”면서 “사람의영역을 넘어선 연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7개 인격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장면마다 장르까지 바꿔놓는 지성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캐릭터에 대한 부러움도 생겼던 모양이다.

“저도 5년 정도 지나서 연기에 내공이 생기면 다중인격을 해보고 싶어요. 연출한 김진만 PD에게 `킬미, 힐미` 시즌2를 제작하게 되면 제가 그때는 다중인격 캐릭터를 맡겠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웃음)”

황정음은 SBS TV `루루공주`로 정극 연기에 처음 도전한 이후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통제 불능인 차도현의 인격들과 맞붙는 장면을 소화하는 것이 20편에 가까운 작품들에 출연한 황정음에게도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오리진이 옥상으로 달려가 차도현의 고등학생 인격인 안요섭의 자살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장면이었다.

황정음은 하지만 안요섭의 자살을 저지하고 나서 피범벅, 눈물범벅이 된 채 통곡하는 장면에서만큼은 정말 이견이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황정음은 “굳이 감정을 (인위적으로) 잡지 않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저 자신을 보면서 (오리진의 마음을) 제 몸이 기억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혼란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정음은 가장 마음에 드는 차도현의 인격으로 단번에 신세기를 꼽았다. “섹시한데다 오리진을 정말 좋아해줘서”라는 게 이유다.

어릴 적 경험이 어른이 된 이후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 `킬미, 힐미`는 배우가 아닌 개인 황정음에게도 지난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특히 2002년부터 걸그룹 슈가로 활동하다 그룹 해체를 겪고 연기에 도전해시행착오를 겪었던 20대 시절을 많이 곱씹었던 모양이다.

“제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바로 슈가로 활동했을 때에요. 슈가 활동은 인생의 첫 실수였어요. (웃음) 두번째 실수는 MBC TV 드라마 `골든타임`에 출연한 것이고요. 하지만 지금의 황정음은 슈가와 골든타임이 있었던 덕분인 것 같아요.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성장하나 봐요.”

지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지만 “`킬미, 힐미`는 제가 원하는 걸 모두 얻은 작품”이라는 게 황정음의 이야기다.

“제가 은근히 계산적이거든요. 제 꿈이 중국 공주거든요. 하하하. 중국 진출의 길을 열고 싶었는데 길은 열린 것 같아요.”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사람이 살아. 죽고 싶은 나와 살고 싶은 내가 매일 싸우면서 살아가”라는 오리진의 대사를 최고 명대사로 꼽은 황정음은 그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직업 자체가 너무나 행복하면서도 너무나 고통스럽거든요. 그래서 그 대사에 정말 공감했어요. 옛날 힘들었던 시절의 황정음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는 좀 더 지금을 즐기고 감사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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