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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등록일 2015-03-13 02:01 게재일 2015-03-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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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화는 수선화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자기 사랑`이다.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 또한 나의 작은 애인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야/”(김동명 시, 김동진 곡, 조수미 노래`수선화`)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는 본문에 수선화란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이 시에 곡을 부쳐 양희은이 노래했다.

수선화 하면 추사 김정희를 빼놓을 수 없다. 제주에 유배 가서 대정 들녘에 피어 있는 수선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다. 추사가 권교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수선화 향이 물씬 난다.

“삼월이 되면 산과 들, 밭두둑이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린 듯, 백설이 드넓게 쌓인 듯해지는데,` 특히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고장 사람들은 이것이 귀한 줄을 몰라서 소와 말에게 먹이고 발로 밟아버리기도 합니다. 또 보리밭에 많이 나는 까닭에 마을의 장정이나 아이들이 호미로 캐어버리는데, 캐내도 다시 나곤 하기 때문에 마치 원수 보듯 합니다. 사물이 제자리를 얻지 못함이 이와 같습니다.” 추사는 자신의 처지를 버림받는 수선화에 견주고 있었다. 제자리를 얻지 못한 자신을. 추사의 수선화 사랑은 시로 나타났다.

옛날 그리스에 나르시스라는 아름다운 목동이 살았다. 이 청년의 아름다움에 반한 님프들이 저마다 구애를 했지만, 그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님프들은 복수의 신 네메시스에게 나르시스에 저주를 걸어 달라고 했다. 어느 날 목이 말라 샘가를 찾은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물속의 아름다운 사람을 잡을 수 없고 물 밖으로 나오지도 앉자 가슴앓이만 하다가 죽게 되었다 이 모습을 가엽게 여긴 님프들이 샘가를 찾았을 때 그는 없고 죽은 자리에 꽃이 피어 있었다. 물가에 핀 수선화는 지금도 머리를 숙이고 물속을 내려다보고 있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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