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선 호
지난해 봄 아내는 내 몸에
두릅나무 한 그루 심어 놓았다
봄이 오자 내 겨드랑이와 다리
허리에서 두릅나무 새순 나온다
아내와 아이들 새순 잘라 먹더니
혈관엔 새파란 피가 돌고 있다
아이들 두릅나무 잎을 따
햄스터며 토끼며 함께
내 몸속에 넣어 동물원 만든다
아내는 내 몸에 밭을 만들어
채소 씨 뿌리고 있다
내 몸속엔 지구의 모든 채소들과
싱싱한 과일들이 자라고 있다
참 재밌는 발상의 시다. 시인의 몸을 하나의 나무로, 더 나아가 생명의 탄생과 보존이 이뤄지는 우주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인의 몸 뿐이겠는가 봄에 되살아나는 자연의 모든 것에는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들이 잠재되어있고 발산되면서 확산되어갈 것이다. 생명은 생명으로부터 온다. 새로운 창조의 장소가 되는 시인은 생명의 텃밭이요 새로운 생명들이 끝없이 잉태될 미래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