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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5-03-09 02:01 게재일 2015-03-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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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 호

지난해 봄 아내는 내 몸에

두릅나무 한 그루 심어 놓았다

봄이 오자 내 겨드랑이와 다리

허리에서 두릅나무 새순 나온다

아내와 아이들 새순 잘라 먹더니

혈관엔 새파란 피가 돌고 있다

아이들 두릅나무 잎을 따

햄스터며 토끼며 함께

내 몸속에 넣어 동물원 만든다

아내는 내 몸에 밭을 만들어

채소 씨 뿌리고 있다

내 몸속엔 지구의 모든 채소들과

싱싱한 과일들이 자라고 있다

참 재밌는 발상의 시다. 시인의 몸을 하나의 나무로, 더 나아가 생명의 탄생과 보존이 이뤄지는 우주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인의 몸 뿐이겠는가 봄에 되살아나는 자연의 모든 것에는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들이 잠재되어있고 발산되면서 확산되어갈 것이다. 생명은 생명으로부터 온다. 새로운 창조의 장소가 되는 시인은 생명의 텃밭이요 새로운 생명들이 끝없이 잉태될 미래인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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