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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아스팔트

등록일 2015-02-16 02:01 게재일 2015-02-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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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윤 학

상엿집, 녹슨 함석지붕

햇볕은 그곳을 일찍 떠난다

리기다소나무들, 훌쩍 자라 있다

아는 사람들 해마다 줄어든다

아는 사람 없는 세상을 살지 모른다

그는 어디 갔나?

툇마루에 앉아 보면

그는 항상 집에 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어둠이 내렸다, 그는 길가

도랑에 처박힌 것일까?

앞으로 반 발자국, 뒤로

좌로, 우로, 반 발자국

코스모스 꽃잎을 훑어놓으며

거리낌 없이

자동차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시인이 그려내는 상엿집

녹슨 함석지붕과 황폐한 집의 소품들이 널브러진 폐가, 그 가생이에 리기다소나무들이 훌쩍 자라 있고, 집 앞의 행길 가에는 가을 코스모스 꽃잎이 흩날리는 시골 상엿집의 을씨년스런 한 풍경을 펼쳐보이며 시인은 우리들의 황폐한 내면을 바라보라 한다. 더 이상 영혼의 거처로서의 따스하고 오붓한 시골집이 아니듯이 어쩌면 우리의 내면도 저렇게 폐가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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