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현진에버빌, 안전 D등급에도 방치 `조마조마`<BR>4m 옹벽 10도 가량 기울어<BR>민원 우려 통행제한도 않아
속보=5일 새벽 광주의 한 아파트 옹벽이 무너지면서 잇따른 대형참사에 지친 많은 국민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가운데, 포항 현진에버빌아파트의 붕괴 위험 옹벽<본지 2014년 8월 5일자 4면>이 여전히 방치돼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5일 현장 확인 결과 지난해 본지가 지적한 허술한 안전장치가 그대로 방치돼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도로의 통행도 자유로워 10도가량 기울어진 4m 높이의 옹벽 옆으로 아이들이 걸어다녀 아찔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특히 이 옹벽은 지난해 8월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옹벽 안전 등급은 A부터 E까지 총 5단계로 나뉜다. A등급은 관리 미필요, B등급은 위헙성은 없으나 관리 필요, C등급은 위험성이 있어 지속적인 점검, D등급은 위험성이 높아 정비계획 필요, E등급은 위험성이 매우 높아 정비계획이 필요한 곳 등으로 분류된다. `광주 사고`의 옹벽은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D등급은 붕괴의 위험성이 이 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통제로 인한 민원 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통행제한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등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내보였다.
한 관계자는 “안전도 중요하지만 주민 통행 불편으로 인한 문제가 더 크다”면서 “관리사무소가 조치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업체가 선정돼 공사가 시작되면 공사 업체에서 도로점용허가를 낸 후 도로를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민들과 인근 주민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옹벽이 하루빨리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관리사무소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옹벽공사를 위한 행위허가를 지난해 10월 17일 시에 신청했다. 이어 같은 달 22일부터 보수공사 업체에 대한 입찰 공고를 했지만, 공개입찰과정에서 2번이나 유찰됐다. 이후에는 일반경쟁으로 바꿔 입찰을 시도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토목 공사인 만큼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광주 옹벽붕괴 사고` 이후 주민들의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주민 김모(38·여)씨는 “광주에서 무너져 내린 옹벽보다 주민들이 매일 지나치는 옹벽이 더 위험한 진단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면서 “옹벽 인근 도로의 통행 제한 등 지자체 차원의 안전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