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철·이창신 관광택시 기사 언제든 부르면 오는 ‘타보소’앱 당일·전날 신청… 365일 운행 드라마 효과로 외국인 관광객↑ 소통은 몸짓·번역기 등 총동원 안전·편리한 개별맞춤코스 안내
지난해 715만 명의 관광객들이 해양관광의 메카 ‘포항’을 찾았다. 그들을 가장 앞장서 맞이하는 시민은 관광택시 기사들이다. 첫인상이 좋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남다른 무게를 짊어지고 일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친절이다.
‘영일만친구’를 닉네임으로 쓰는 포항 관광택시 5년차 기사 권용철씨(69)도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만난 그는 “관광객을 마주할 때마다 ‘포항의 얼굴’이라는 사명감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닉네임을 갖고 있다. 손님들이 외우기 편한 또 다른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 있다는 증표라고 강조했다. ‘갯차가자’의 이창신씨(54)도 “여행의 동반자로서 자부심을 가진다”고 자랑했다.
관광택시 기사는 경북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으로 무사고 경력 5년에다 불친절 민원이 없어야 하는 조건 등 선정기준이 까다롭다. 통과되면 절로 자긍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갖가지 사연이 있다.
권용철·이창신 관광택시 기사의 가장 큰 보람은 손님과의 ‘재회’다. 이창신 기사는 “작년에 포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을 다시 안내하게 됐을 때 정말 뿌듯했다”면서 “1년간 경비를 모아 한국 여행에 나섰다가 출국 전 포항을 마지막에 한 번 더 다녀 간 인도 여성 관광객의 진심에 감동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용객 중 외국인 비율은 25~30%에 달한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더 늘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때 언어 장벽이다. 이창신 기사는 “기사 9명 중 1명이 중국어를 하고, 나머지는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다”며 “그래도 부족하면 SNS, 번역기, 바디랭귀지를 총동원해 소통하고 있다”고 웃었다.
관광택시 기사 대부분은 50년 이상의 포항 토박이다.
이들은 포항의 지리를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아카데미 교육과 문화관광해설사 협업을 통해 전문 해설 능력도 갖췄다. 권용철 기사는 “보경사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포항의 유래가 무엇인지 예전엔 잘 몰랐지만 아카데미 교육을 통해 배우면서 포항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도 가능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단체관광이 위축되던 2020년 도입한 포항 관광택시는 개별 여행객을 위한 안전하고 편리하게 할 교통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포항역과 포항경주공항을 오가는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전 예약제 맞춤형 운행 시스템도 갖췄다. ‘타보소’ 앱을 통해 이틀 전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365일 운영하는데, 당일이나 전날에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코스도 흥미롭다. 3시간 도심코스(죽도시장, 영일대, 스페이스워크), 5시간 남구코스(연오랑세오녀공원, 호미곶,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장기읍성), 5시간 북구코스(포항운하, 영일대, 이가리 닻 전망대, 보경사), 갯차코스(드라마 촬영지 중심), 자유코스(고객이 원하는 대로) 등이 있다.
이용객 대부분은 5시간 이상 자유코스를 선호하며, 일부는 울릉도 여객선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포항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창신 기사는 “영일만 해변 근처 카페나 인생사진 명소를 가고 싶다는 요청이 많은데, 원하는 곳을 말해주면 시간 맞춰 관광코스에 넣어 준다”고 했다.
드라마 촬영지 중심의 특화 코스 운행과 정성 어린 응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전국적으로 관광택시가 활성화되려면 공신력 있는 인증제도 필요하고, 고령자나 외국인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형택시 도입도 업계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