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꿀 가득 담고/ 어디든지 뻗어 가는/ 노오란 평화여/ 순하디순한 용서의 눈빛이여”(이해인`호박꽃`)
못생긴 여자를 호박꽃이라 하지만 호박꽃을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잘못된 표현인지 알게 된다. 화려한 꽃일수록 질 때는 볼품이 없다. 그러나 호박꽃은 탐스러운 애호박까지 남겨 놓고, 몸을 조용히 오므린다. 애호박으로 된장국을 끓이고, 연한 호박잎은 데쳐서 쌈을 싸거나 국에 넣으면 맛이 일품이다. 호박엿, 호박죽, 호박전은 모두 건강식품이다.
동의보감에 호박은 이뇨제여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부기가 심한 사람이 달여 먹으면 효험이 있다. 잘게 썬 호박을 햇볕에 바짝 말려 가루로 만들어 하루에 20그램씩 꾸준히 복용하면 인슐린 분비를 돕는다.
호박씨는 질 좋은 불포화 지방산과 머리를 좋게 해주는 레시틴이 많이 들어 있다. 동맥경화, 편도선염, 이뇨제, 부종, 고혈압, 뇌졸중, 간이 약한데, 만성적인 기침, 천식, 어린이 백일해에 좋다. 호박에는 암을 억제하는 성분도 있다.
옛날에 한 스님이 황금 종을 만들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성금을 모았다. 정성을 다해 황금 범종을 만들다가 늙어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스님은 만들다 만 종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세상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 세상에 내려와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자신이 살았던 절은 흔적조차 없었다. 실망하여 바위에 앉아 있던 스님은 범종과 닮은 황금색 꽃을 발견하고 꽃줄기를 따라 파 보았더니 그곳에 만들다만 황금 종이 묻혀 있었다. 노력 끝에 종을 완성하고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지 쳐보았더니 종에선 황금빛 꽃이 피면서 누런 황금 열매가 달렸다. 황금빛 꽃은 호박꽃이었고 황금빛 열매는 호박이었다. 노란 호박꽃은 스님의 정성에 감동하여 범종을 찾게 하기 위해 부처님이 만들어 낸 꽃이었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