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IT·금융 융합 추세 맞춰 보안강화 강화해야” <br>정작 하나·외환은행 부실 전산통합에는 ‘모르쇠’로 금융보안 악화 조장하는 격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보안’에 있어 언행불일치의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금융·IT 보안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신 위원장은 ‘핀-테크 활성화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보안의 중요성’이라고 발언했다.
'핀-테크(Fin-tech)'란 금융을 의미하는 Financial과 정보·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는, 인터넷 모바일 기반 플랫폼을 활용하여 기존의 금융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서비스를 통칭한다. 그동안 국내 핀-테크 시장은 Active X, 공인인증서 유지의무 등의 규제로 사업화가 어려웠지만, 올 상반기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핀-테크 산업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핀-테크 활성화는 금융권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금융거래가 보다 쉽고 간편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고객정보의 유출이나 부정거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때문에 신 위원장 역시 ‘금융·IT 분야의 강력한 보안’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신 위원장의 행보는 앞서 밝힌 ‘보안강조’의 입장과는 매우 상반된다.
현재 하나지주의 주도 아래 진행 중인 ‘하나·외환 IT 통합’은, 무리한 일정으로 주변의 우려를 사고 있다. 단독 주사업자로 거론되던 LG CNS가 촉박한 시간을 이유로 발을 빼는 등, IT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무리수’라는 평도 만연하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상황을 감독하고 저지해야 할 금융당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은행 전산망 통합은 사실상 은행 간 통합으로 여겨질 만큼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나지주의 무리한 IT 통합 일정이 양 은행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금융권에도 무리를 줄 것’ 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지주의 IT 통합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그 규모에 비례해서 고객들의 위험부담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며 “신 위원장이 금융 보안에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하나지주의 무리한 IT 통합을 저지하는 게 급선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제아무리 외형이 번지르르하더라도, 기초공사가 부실한 건물은 좋은 건물이라고 볼 수 없다. 언제든 무너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으로 고객들을 밀어 넣는 것도, 이를 방조하는 것도 결국은 공범 행위나 다름없다.
금융 보안을 강조하며 목소리만 높이기보다 눈앞에 닥친 위험부터 제거하는 것이, 금융위원장으로서 현재 필요한 역할이 아닐까? /뉴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