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격미달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2-04 02:01 게재일 2015-02-04 19면
스크랩버튼
까마귀는 효의 화신이다. 새끼가 자라면 늙은 어미를 위해 기꺼이 먹이를 물어온다. 우리 정서 상 긍정의 의미보다 부정의 의미로 더 자주 쓰이는 까마귀도 `효`에서만큼은 그 어떤 대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미물인 까마귀도 효를 본능적으로 실천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효를 모른대서야 되겠는가, 라고 빗대 말하고 싶을 때 우리는 이`반포지효`를 들먹인다.

`안갚음`이란 말이 있다. 반포지효의 순우리말 버전쯤이 되겠다. 이때 `안`은 부정의 뜻을 지닌 동음 부사와 구별하기 위해서라도 길게 발음해야 한다. 안갚음에서 `안`은 마음이나 가슴을 일컫는다. `저 물도 내 안 같을까`라는 예의 쓰임처럼 여기서 `안`은 곧 마음이다.

효에 대해서 말하려다 사설이 길었다. 안갚음의 주체는 자식이고 대상은 부모이다. 재미있는 것은 안갚음의 대상인 부모의 입장에서 효를 말하는 순우리말도 있다는 것. 바로 `안받음`이다. 즉, 부모께 효도를 하는 것은 안갚음이고, 부모가 효도를 받는 것은 안받음이다.

`안받음` 이라는 말 때문에 이 글을 쓸 생각을 했다. 내리사랑과 효는 같은 맥락이다.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면에서는 둘 다 같은 의미를 지닌다. 다만 내리사랑은 효에 비해 더 본능적이다. 오죽하면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있겠는가.

그런데 내리사랑도 내리사랑 나름이다. 실천력이 딸리는 내리사랑도 사랑이 맞기나 한 걸까. 요 며칠 자괴감만 늘어났다. 방학을 맞아 모처럼 집에 있는 아들녀석의 먹거리조차 제대로 못 챙기는 나날이 이어졌다. 한결 같은 핑계는 바쁘다는 것. 괜히 미안해서 조기 한 마리 달랑 구워주고도 맛있냐고 묻고, 떡볶이 한 접시 해주고도 엄마 솜씨 괜찮지, 라며 리액션을 구걸한다. 엄마 마음을 아는 아들 왈, `어머니 자학하지 마세요. 동의를 구하지 않으셔도 엄마는 소중한 제 엄마입니다.`한다. 눈물 난다. 누가 내리사랑이라고만 했나. 나 같은 불량엄마는 `안받음`자격이 없다. (자학 모드로) 아들아, 네 안갚음을 안 받을란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