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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경로는 오리무중… 백신 접종으로 확산방지 안간힘

이창훈·김현묵·권광순·조규남기자
등록일 2015-01-12 02:01 게재일 2015-01-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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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제역 확산 `초비상`… 현황과 대책
▲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북도내 지자체도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지난 3일 안동시 남후면 고상리의 한 돼지농장 구제역 의심신고가 양성으로 판명되면서 방역관계자가 농장으로 가는 길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경북매일 DB자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구제역 확산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현재 경북을 비롯 전국적으로 세종, 경기, 충북, 충남 등 38곳에서 구제역이 발병돼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구제역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겨울철을 맞아 자고나면 확산되는 상태라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백신접종과 차단방역외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특히 지난 8일 구제역이 신고된 경기도 안성 농장은 국내 최대 종돈회사인 다비육종 8천500두를 사육하는 곳이라 자칫 확대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어 방역당국을 초긴장 상태에 빠트리고 있다.

경북은 최근 영천 682마리, 의성 2천47마리 등을 추가 매물해 현재 7천400여마리가 매몰처분됐고, 전국적으로 3만7천여마리가 매몰됐다.

지난 연말 영천서 시작, 도내 7천400마리 매몰

입식 과정 역학관계 없어 감염경로 아직 몰라

도내 시군별 `백신접종 특별기동대` 배치 운영

□구제역 발생현황

경북의 경우 지난달 30일 영천에서 의심축신고로 시작됐다. 이날 새벽 의심돼지 7마리 신고가 접수돼 양성판정을 받은 이후 의성 안동 등지로 확산됐다. 지난달 30일과 이번달 4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경북 영천, 안동, 의성의 돼지 농장 3곳에서 구제역 증상을 보이는 돼지가 계속 늘어 방역당국이 지난 10일 2천700마리를 추가로 매몰했다. 현재까지 경북 농장 3곳의 매몰 돼지는 7천400마리로 늘었다. 안동의 경우 농장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모든 돼지를 매몰했으며 영천과 의성 농장은 의심 증상을 보이는 돼지와 같은 돈사에 있는 돼지를 선별해 묻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매일 오전과 오후 가축방역관이 구제역 발생 농장의 돼지들을 관찰해 이상이 있는 경우를 선별해 예방차원에서 살처분하고 있다”며 “다른 농장에서는 현재까지 의심 신고가 없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구제역 상황 종료 때까지 안동, 영주, 문경, 예천의 가축시장을 잠정 휴장하기로 한 데 이어 의성의 가축시장도 휴장 대상에 추가로 포함시켰다. 또 울릉을 제외한 도내 22개 시·군에 거점소독시설 36곳과 통제초소 10곳을 운영하고 긴급 추가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전파경로는

이렇듯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지만 뚜렷한 전파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당국이 초조해 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전파경로에 대해 사료를 실은 차등이 바이러스를 옮겼을 경우,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철새, 백신접종이 되지 않은 돼지 등에서 구제역이 발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병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0형 타입으로 외국 바이러스와는 차이가 있어 철새로 인한 감염은 가능성이 낮아지는 추세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산방지에 대해 백신접종에 최대 무게를 싣고 있다. 백신만 완전히 접종했다면 항체형성으로 인해 구제역이 발생될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장주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백신접종을 했지만 구제역이 발생한 만큼 또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수많은 가축에게 접종을 해야 하는 만큼 실수로 백신접종에서 빠진 가축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람이 일일이 접종을 해야 하는 만큼 일부 가축이 빠졌을 경우, 항체형성이 안돼 감염된 후 다른 동물들에 전파했을 가능성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점도 명확히 구분 되지 않아 그저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 상주에서 출입차량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 상주에서 출입차량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백신작동 못했나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과 의성의 돼지 농장은 돼지 입식과 관련한 역학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돼 확산경로 파악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의성의 돼지 농장은 어미 돼지에서 새끼 돼지를 낳아 사육해 출하하는 과정까지 같이 하는 일관사육 농장으로, 다른 농장에서 돼지를 들여오지 않는 곳이다.

안동의 돼지농장 경우도 종돈 농장에서 돼지를 입식해 비육돈을 키우는 계열농장으로, 본농장에서도 최근에 종돈을 입식하지 않았다. 결국 외부에서 들여온 돼지가 없는 데도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발생양상도 달라졌다. 4년 전인 2010년 구제역 발생당시 처럼 폭발적 확산은 아니지만 계절과 관계없이 연중 상시 발생하는데다 백신접종에도 발병은 멈추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확산 방지를 위해 백신 추가 접종과 소독 등의 차단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안동의 한 축산 농가 관계자는 “현행 1차와 2차 백신 접종에도 구제역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면서 “더 큰 문제는 농가에서 매뉴얼대로 접종하지 않거나 인부들에게 맡기고 제대로 관리감독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책은

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서는 백신접종에 최대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구제역 발생 상황을 분석해보면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한 농장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모돈은 새끼를 낳기 한 달 전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새끼 돼지의 경우 생후 2~3개월이 됐을 때 백신을 접종하라는 게 농림부의 지침이다. 이런 지침을 충실히 따라 백신을 접종했다면 구제역이 발병하더라도 일부 돼지에 그쳤을 것이라는 것이다.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농장의 돼지의 혈청을 검사한 결과 역시 방역 소홀과 무관치 않은 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면 일반적으로 `O형`, A형`, `아시아형`이라는 3가지 유형의 구제역 항체가 형성된다. 그러나 최초 구제역 발생 농가의 돼지들은 A형과 아시아형의 항체는 30% 수준인 반면 0형은 80%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아 항체가 낮게 형성된 상황에서 O형 구제역이 발생하자 그 유형의 항체만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농장주들은 애초부터 백신접종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백신 효능상의 문제를 구제역 확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즉 백신의 성능만 과신한 탓에 예방 접종에만 주력한 당국의 구제역 대책도 문제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 경북도가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연일 대책회의를 하는 등 초비상사태에 빠졌다. 김관용 도지사 주재 구제역 대책회의 모습.
▲ 경북도가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연일 대책회의를 하는 등 초비상사태에 빠졌다. 김관용 도지사 주재 구제역 대책회의 모습.

□구제역 특별기동대 출범

지난 2010년 구제역으로 인해 악몽을 겪은 경북도는 `구제역 백신접종 특별기동대`를 발족했다. 김관용 도지사가 긴급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소집하고 `구제역 백신 접종 특별기동대` 구성을 특별 지시, 구미, 청도, 청송, 울진, 영덕, 영양에 특별기동대가 발족됐다. 특별기동대는 공수의와 공무원, 축협 및 생산자단체 등 3명이 1개조로 편성, 총 120개조, 360명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특별기동대는 교육 및 실전훈련을 거친 후 추가백신 접종 현장에 우선 배치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전 시군 부단체장들에게 상황 종료 시까지 정위치 비상대기 근무를 명령하고, 부단체장 책임 하에 차단방역과 추가 백신접종 등에 전 행정력을 집중할 것을 강력 지시했다.

향후 경북도는 최근 안동 영주 문경 예천 의성 등 가축시장을 잠정 휴장시키고 거점소독시설도 4개소를 추가 설치하는 등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창훈·김현묵·권광순·조규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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