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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등록일 2015-01-09 02:01 게재일 2015-01-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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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팔꽃은 메꽃과 한해살이 풀, 꽃말은 허무한 사랑이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나팔꽃을 보면 동요 `꽃밭에서`가 떠오른다. 나팔꽃은 왼쪽으로 감는 덩굴 식물이다. 새벽 서너 시에 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해 아침에 활짝 핀다. `모닝글로리(Morning glory)`로 불리는 이유다. 오후가 되면 꽃잎이 시들어 떨어진다. 꽃의 수명이 짧지만 그 사이에 씨를 맺는 것이 놀랍다.

나팔꽃은 대기오염 물질인 오존이나 이산화황에 민감하게 반응해 들깨, 사루비아와 함께 오염의 정도를 알아보는 지표식물로 쓰인다. 새까맣게 광택이 나는 나팔꽃의 씨를 `견우자(牽牛子)`라고 하며 약재로 쓴다. 이런 이름이 붙은 까닭은 소가 끄는 수레에 나팔꽃을 싣고 다니며 팔았기 때문이다.

옛날 그림을 잘 그리는 화공이 예쁜 부인과 살고 있었다. 화공의 부인은 세상에 둘도 없는 미인이었다. 마을을 다스리는 원은 마음씨가 아주 나빴다. 부인을 잡아들여 꾀었으나 거절하자 조그만 창문 하나만 뚫려 있는 어두컴컴한 성 꼭대기 방에 가두었다. 부인은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아내를 뺏긴 화공은 원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먹지도 않고 방에 틀어박혀 온 힘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을 가지고 부인이 갇혀 있는 성으로 달려갔다. 그림을 성 밑에 파묻고 높은 성벽만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아내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며칠 동안 계속 똑같은 꿈을 꾸었다. 남편이 꿈에 나타나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들을 수 없었다. 부인은 이상히 여겨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둘러보았다. 그런데 감옥 창살 바로 아래에, 지금까지 없었던 가느다란 한 줄기 덩굴이 올라와 예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꽃이 남편의 넋임을 알고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꽃은 아내의 작은 소리라도 듣기위해 그리고 아내에게 잘 들리게 하기위해 나팔 모양의 꽃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 꽃을 `나팔꽃`이라 불렀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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