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 등 분석<Br>양동혁 `무적여포`도 게재
한영 대역으로 발행되는 문예 계간지 `ASIA` 겨울호(통권 제35호·사진)가 최근 발간됐다.
아시아 35호는 50일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에 관한 소식과 함께 홍콩의 지리적 특수성과 문학의 관계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특집을 다뤘다.
이른바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홍콩 민주화 시위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의결한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초반에는 10만 명 이상이 거리를 메우며 경찰의 최루탄 공격으로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고, 최근에도 시위대가 입법회 난입을 시도하고 단식투쟁을 하는 등 다시금 장기화될 조짐이 보였으나 마지막 시위캠프까지 철거되면서 79일 만에 종결됐다.
현지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온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홍콩 사태를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이란 제목으로 이번 시위가 발발하게 된 궁극적인 원인에 대해 중국, 홍콩, 서구, 우리(한국)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또 홍콩의 탈식민 이론가이자 미국 듀크대학 교수인 레이 초우는 `식민지배자들 사이에서`에서 반환 이후의 홍콩의 정체성을 영국 식민문화도 아닌, 중국 본토의 뿌리찾기도 아닌, 또한 지배와 피지배를 무차별하게 섞는 포스트식민의 혼종성도 아닌, 홍콩만의 로컬리티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융(김용)의 무협소설이 담고 있는 중국 대륙의 서사가 어떻게 홍콩의 개방성을 통해 꽃피웠는지를 이야기하는 임춘성 교수의 `진융론`과 찬란한 홍콩영화 전성기에 관한 씨네21 기자 주성철의 글 또한 이번 특집의 재미를 더한다.
계간 `ASIA` 35호가 처음으로 2004년에 중국문학 부문에서 홍콩격년상을 받은 작가 한리주의 `파이프의 숲`을 한국어로 소개한다. 발표와 동시에 화제를 불렀던 `파이프의 숲`은 빌딩들 사이로 구불구불 얽혀있는 파이프를 통해 병으로 죽어가는 외할머니를 둔 주인공의 혼란한 심경을 그린다. 홍콩의 빽빽한 빌딩숲이 눈앞에 떠오르는 수작이다.
아시아 35호는 이밖에 2014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수상한 양동혁의 `무적여포`와 함께 작가의 수상소감을 비롯해 영어로 읽는 한국 최근 단편 K-픽션(이장욱의 `올드 맨 리버)`, 김사인·김태수 시인의 신작시, 터키와 이라크 문학계 뉴스 등을 실었다.
/정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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