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진행 중에도 통합 일정 그대로 강행… 직원들 반발 이어져<br> ‘노·사 대화 테이블 재개하려면 하나금융 측 당장 통합절차 중지해야<br>’ 하나지주의 행보는?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둘러싼 하나금융과 외환 노조 측의 대화가 답보상태에 빠졌다.
지난 10월 28일, 외환은행 노조 측에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면서 협상국면으로 접어들던 대화상황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강제 동의서 징구, 부점장 협의회 등 굵직굵직한 위기상황을 잘 넘기고 대화테이블을 유지해 오던 터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노조 측은 이러한 이유를 ‘하나지주의 일방적 통합 강행’으로 보고 있다.
국감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먼저 대화의 손길을 내민 노조 측과는 달리 하나금융 측은 이전과 같은 통합 일정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은 대화단을 구성해 만남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통합추진단을 발족하고 통합승인을 신청하는 등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노조 측에서는 ‘협상기간 중에는 통합절차를 잠정 중단하라’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을 요구했으나 하나지주가 이를 묵살하면서 결국 현재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예정된 시일보다 2주가량을 앞당겨 IT 통합 작업에 착수한 것이 갈등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IT 통합은 은행 통합에 다름없는 핵심적인 사항이다. 이에 대한 합의는커녕 오히려 착수날짜를 앞당겼다는 점이 하나금융 측의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한 부분이다. 또한 이는 대화에 나선 노조 측에도, 대화의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운 직원들에게도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한 외환은행 직원은 “핵심적인 부분들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대화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화가 성사되면 그동안의 갈등의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 19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외환은행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 통합을 승인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발언하며 하나금융 측의 일방적인 행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노조 측과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 측은 대화 재개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대화의 향방이 미궁에 빠진 상태다.
한 쪽으로 기울어진 대화 테이블은 지속될 수 없다. 하나금융 측은 충분한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제 3자의 눈에는 ‘양 손에 떡을 쥔 채로 이득만 취하겠다.’는 심산으로 비춰진다. 대화를 이어갈 것인지 이대로 중단시킬 것인지는 금융지주의 선택에 달려있다. /뉴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