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교육 실천하는 영천 대안학교 `산자연中`
입시를 위한 성적위주의 교육에 온힘을 쏟고 있는 오늘날 교육현장에 산(生)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학교가 있어 교육수요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학교를 `지옥과 감옥`으로 표현하며 스스로 학교를 떠난`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들이 학습계획에서 평가에 이르기까지 수업설계에 직접 참여해 주인정신을 기르고,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한 시골학교를 조명한다.
2003년 미인가 학교로 출발, 올해 학력인정 대안학교로
`SAN`은 Spirituality(영성)·Art(예술)·Nature(자연) 약자
일반 학교선 볼수 없는 차별화 인성교육프로그램 진행
□ 아이들의 웃음을 찾아서
영천시 화북면 오산리에 2014년 학력인정 대안학교인 각종학교로 정식개교한 산자연중학교.
이 학교는 지난 2003년 캠프학교인 오산자연학교로 개교한 뒤 미인가 대안학교의 장점을 살려 10여년 동안 공교육에서 펼치지 못했던 학생 중심의 행복생태교육과정을 계발해 학생들을 교육했다.
10년의 특성화 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력인정 대안학교로 정식개교하게 된 산자연중학교는 일반 학교와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 30명에 불과한 이 시골학교는 개교 첫해부터 전국 별빛문학제, 화랑문화제, 발명 아이디어 그리기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는 표면적인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 학교에서 지난 1년간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바로 학생들이 웃음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학생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환한 웃음은 보기 드문일이 된지 오래다. 학생들의 웃음이 사라진 학교에는 교실붕괴, 학교파괴, 공교육 무용론 등 절망적인 소문만 무성한 상태다.
정부에서는 무너지고 있는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수많은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특효약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정부조사결과 우리나라 학령인구 713만여명 중 실제 초·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677만명으로 무려 36만명이 `학교 밖 청소년`으로 분류돼 있다.
이렇듯 참담한 교육현실에서 학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학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쉽사리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주형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웃음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학교와 수업, 공부에 대해서 학생들이 모른다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산자연중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이것들을 `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교육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구성원이 소통하는 학교
산자연중학교는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수업선택에서 부터 학생생활규칙 제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서로 생각을 나누고 이를 통해 결정한다. 학교 구성원들의 생각 나누기 결과는 곧 소통으로 이어졌으며 소통은 학생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줬다.
웃음은 학부모들의 지원과 학생들의 교육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그 결과는 각종 대회 수상, 전입생 증가 등 다양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학교의 교육모티브인 산(SAN)교육이란 말 그대로 살아있는 교육을 일컫는다. SAN은 Spirituality(영성), Art(예술), Nature(자연)의 약자로 S는 의미찾기를 통한 내면화 교육을, A는 창의성 및 인성 함양을 위한 예술교육, N은 자연의 이치와 치유 및 진화능력을 배우는 생태교육을 의미한다.
산자연학교은 산교육 실천을 위해 창의·인성·영성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3부제 일과 운영, 과목별 블록학년제, YHY(Youth Helping Youth)교실, 산자연인증제, 친환경봉사활동 등의 프로그램은 이 학교만의 특색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럿듯 산자연중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탄력적인 일과 운영은 현재 일부 학년에만 적용되고 있는 자유학기제의 발전된 모습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이 학교는 집중력이 높은 오전시간 대에는 국어, 수학, 영어 등 일반학교에서 흔히 진행되는 일반교과를 진행하고, 오후시간에는 동아리, 청소년성장프로그램 등 창의인성교과를, 저녁시간에는 YHY교실, 자율동아리 등 자율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전민영 교사는 “우리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은 학생들이 교과수업은 물론 특성화수업까지 직접 선택하는 것에 있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다보니 수업에 대한 참여도나 집중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소개했다.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참교육
산자연중학교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는 YHY교실이 있다.
YHY는 `Youth Helping Youth`의 약자로 청소년이 청소년을 돕는 재능기부 교실을 뜻한다. YHY교실은 자신밖에 모르던 청소년들이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인성교육의 한 방식이다.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등 학교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현 시점에서 YHY교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학생들은 서로의 재능을 살려 태권도 사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댄스 강사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렇게 교사가 참여하지 않은 채 학생 스스로의 재능을 살려 교육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YHY교실과 더불어 노작교육, 친환경봉사활동, 산자연생태도감 등은 형식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 일색인 일선학교에서 실질적인 인성교육 강화프로그램으로 벤치마킹하기에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이밖에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가족친화의 날, 식자재 생산지를 직접 방문해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산지여정 등 일반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영동 교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산자연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웃음을 되찾는 과정을 지켜보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다른 일반 학교에서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밝은 모습 되찾아 보람
재정적 압박 가장 힘들어
-미인가 학교이던 산자연중학교를 학력인정 대안학교로 탈바꿈시킨 이유는.
△학력이 인정이 안되던 시절, 학교를 다녀도 따로 검정고시를 치뤄야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정식교육과정을 마친 뒤 수여되는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했다. 그렇다보니 학력인정 대안학교로 전환하게 됐고,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초·중·고등학생 모두 수용했던 것을 중학생만이 다닐 수 있는 학교로 바꾸게 됐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지난해 11월 학교 설립을 인가받을 당시 경북도교육청 적정규모학교육성추진단에서 내민 조건이 `교육청의 재정지원 없이 자체경비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울며겨자먹기`로 도교육청의 재정지원 없이 학교를 운영하기로 했지만 시작하고 나니 재정적인 압박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주교재단에서 지원하는 1억6천여만원의 예산 이외 나머지 비용(3억7천여만원)은 모두 학생들이 부담하고 있다.
소피아 장학회, 청슬 장학회 등 여러 단체에서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도교육청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이 학교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우리 학교에는 주로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전학온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일부 학생은 일반 학교 학생들이 자신과 수준이 맞지 않아 왔다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리적인 적응을 하지 못한 학생이다. 이 학생들이 자연과 함께 하는 산자연중학교만의 특색에 잘 맞춰 적응하면서 교우관계와 사회적응력 등 살아가면서 필요한 요소를 배워나가고 있다.
특히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비관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학생들이 많은데 이 학생들이 점차 밝아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