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하나일 때보다는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여럿보다는 커다란 무리로 모여 있을 때 더 아름답다. 갈대와 억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갈대는 우리나라 전역의 습지 및 냇가, 강가에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며 색은 옅은 갈색이다. 어떠한 땅에서도 억척같이 잘 자란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인 억새는 주로 산에서 살며, 꽃은 하얀색이다. 산에는 억새풀 해안가나 호수가는 갈대로 생각하면 쉽다. 그러나 산의 계곡 물가에도 갈대가 자라고 있으므로 특징을 잘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 5대 억새 군락지는 창녕 화왕산, 장흥 천관산, 포천 명성산, 밀양 사자평, 정선의 민둥산이다. 으악새는 억새의 경기도 사투리이다.
옛날, 천상과 지상을 오가며 신의 명령을 전달하던, 흰 깃털을 가진 작은 새가 있었다. 사람들은 흰 종이에 소원을 적어 그 새의 깃털에 매달아 신들에게 전달했다. 가장 많은 소원은 겨울이 어디에서부터, 언제 오는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은 그것만은 알려주지 않았다. 겨울을 다스리는 신은 게으른 자들을 용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던 새는 신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아주 몰래 흰 깃털을 휘날려 주어 겨울이 오는 방향을 일러주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겨울이 오는 방향을 알게 되었고, 무사히 겨울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신은 곧 새가 한 짓을 알게 되었고, 새를 작은 섬에 가둔 뒤 다시는 하늘을 날지 못하도록 벌을 내렸다.
새는 죽어서도 가녀린 풀로 다시 태어나 흰 깃털을 펄럭이며 사람들에게 겨울이 오는 길목을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그 풀를 억새라고 불렀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