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장방이라는 현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근항경에게 한 가지 예언을 하였다. 금년 9월9일 자네의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이네. 이 재앙을 막으려면 집안사람 각자가 주머니를 만들어 주머니 속에 산수유를 넣어서 팔에 걸고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 술을 마시면 화를 면하게 될 것이네. 근항경은 그날 집을 비우고 가족들과 함께 뒷산으로 올라가서 장방이 말한 대로 국화 술을 마셨다. 집에 돌아와 보니 닭이며 개, 소, 양, 돼지 등이 모두 죽어 있었다. 장방은 이 소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짐승들은 사람 대신 죽은 것이네. 국화 술이 아니었다면 자네 식구들은 모두 죽었을 거야. 9월9일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 술을 마시거나 부인들이 산수유 주머니를 차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외에도 국화주를 마시고 장수했다는 많은 설화들이 있다. 국화주를 연명주(延命酒) 또는 불로장생주(不老長生酒)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꽃 중에서 1위를 차지하는 꽃은 무엇일까? 장례식장에서 쓰는 흰 국화를 떠올리면 금방 알 수 있다. 꽃말은 색깔에 따라 다르다. 백색 국화는 진실 된 사랑, 황색은 가벼운 사랑, 적색은 나는 당신을 사랑 합니다 이다. 꽃을 말린 것은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 베갯속에 넣으면 두통에 효험이 있고, 이불솜에 넣으면 그윽한 향기를 밤마다 즐길 수 있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