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에는 애틋한 사연이 담긴 이야기가 있다. 어느 산골에 과부가 딸 하나를 데리고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딸이 친구들은 얼굴에 분을 바르고, 예쁜 옷을 입고 명절에 놀이를 가는데 분이 없어서 같이 놀러 갈 수 없다고 불평했다.
어머니는 분을 사려고 먼 고을로 떠났다. 남자들도 하루 걸리는 먼 길이었다. 산짐승들이 사나와 저녁에는 밤길을 가지 못했다. 딸을 위해 하루를 꼬박 걸었으나 마을은 나타나지 않고 험한 산길만이 이어졌다. 발이 퉁퉁 부어 꼼짝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사흘 후 돌아온다던 어머니는 닷새가 되고 열흘이 가고 한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딸은 병을 앓게 되었고 보살펴 주는 사람 없이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분 때문에 자기도 죽고 어머니도 잃어버린 소녀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뒷산에 묻었다. 이듬해 무덤에서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분 때문에 죽은 무덤에 핀 꽃이라고 해서 분꽃이라 불렀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 넓은 영토를 가진 성주가 살고 있었다. 성주에게는 아들이 없어서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렸다. 아이를 얻게 되었지만 딸이었다. 성주는 딸에게 미나비리스라는 남자 이름을 지어 주고, 남자 옷을 입혔다. 그리고 활쏘기, 창던지기, 말달리기 같은 훈련을 시켜 무사로 키웠다. 처녀가 된 그녀에게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부하인 미남 청년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고민 끝에 아버지에게 사실을 알렸다. 아버지는 그 청년은 이미 처자가 있는 사람이니 단념하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들고 있던 칼을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칼이 있던 자리에 분꽃이 피었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