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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등록일 2014-10-24 02:01 게재일 2014-10-2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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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부쟁이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그리움이다.
산과 들을 걷다보면 쑥부쟁이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꽃을 보면 안도현이 쓴 무식한 놈이란 짧은 시가 생각난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쑥 캐러간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마음속에 간직한 청년을 그리워하다 죽은 자리에서 핀 꽃이라는 전설이 있는 이 들꽃은 7~10월에 연한 자주색의 꽃이 핀다.

옛날에 가난한 대장장이에게 많은 자식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내가 병에 걸리고 말았다. 대장장이의 큰딸은 아픈 엄마를 대신하여 가족들을 위해 매일 쑥을 뜯었다. 동네 사람들은 대장장이의 딸이 쑥을 뜯으러 다닌다 하여 쑥부쟁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산에 쑥을 뜯으러 갔다가 멧돼지를 잡으려고 파놓은 함정에 빠진 사냥꾼을 구했다. 젊고 잘생긴 총각이었다. 쑥부쟁이는 첫 눈에 반했다.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사냥꾼은 떠났다.

쑥부쟁이는 매일 기다렸지만 여러 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상사병이 걸린 쑥부쟁이는 산신령께 빌었더니 소원을 들어주는 세 개의 구슬을 주었다.

첫 번째 구슬로는 어머니가 완치되기를, 두 번째 구슬로는 사냥꾼을 불렀다. 그런데 벌써 결혼하여 자식까지 있는 몸이었다. 마음씨 착한 쑥부쟁이는 세 번째 구슬로 그를 돌려보내주었다.

이후 사냥꾼을 잊지 못하던 쑥부쟁이가 산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져 죽고 말았다. 죽은 자리에 쑥같이 생긴 풀이 돋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죽어서도 동생을 생각하는 누나의 갸륵한 마음을 기리기 위해 쑥부쟁이라고 불렀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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