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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답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10-15 02:01 게재일 2014-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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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탁구 선수 덩야핑. 1990년대 탁구사에서 그녀를 능가한 활약을 보여준 이는 없었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현정화 선수마저 번번이 좌절케 한 탁월한 기량을 보여줬던 선수.

24세 정상에 있을 때 은퇴를 선언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못다 한 공부였다. 특기자로 칭화대에 입학했을 때 그녀는 거짓말 조금 보태 알파벳도 제대로 모를 정도였다. 다섯 살 때부터 탁구만 해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그녀는 운동할 때의 근성을 공부에도 접목시켰다. 지독한 공부 끝에 학부를 졸업하고 영국 유학까지 갔다. 끝내 캠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거머쥐었다. 것도 운동 관련이 아닌 경제학 박사. 영어와 거리가 먼 선수생활을 했던 사람이 이룩하기에는 힘든 성과였다. 평생 공부만 해온 사람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캠브리지 대학 800년 역사상 세계 정상급 운동선수로서는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았단다.

인민일보 계열인 지커닷컴 CEO가 된 그녀에게 기자가 물었다. 탁구와 박사와 사업 가운에 무엇이 가장 쉽고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를. “세상에서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안 되는 일도 없다.” 그녀의 명료한 대답이 이 글을 쓰게 했다. 세상에 쉬운 일 없다는 건 떼쟁이 어린아이도 안다. 하지만 세상에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말은 쉽게 믿기질 않는다. 세상사는 안 되는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력해도 우리가 바라는 것의 반도 이뤄내기가 어렵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도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상황이 흘러가는 경우도 있고, 내 의지가 박약해 애초부터 그 뜻을 관철할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도 많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은 못 이룬 것에 대한 핑계를 찾는다. 하지만 비범한 사람은 처음부터 핑계거리를 만들지 않는다. 세계를 백 번 이상 제패한 최고의 선수에게 두려움 따위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걸 어릴 때부터 실천해온 사람에게는 뭐든 된다는 강한 자기 긍정의 기가 서려 있다. 흔들릴 때마다 덩야핑의 무한 긍정의 신념을 신선한 자극제로 삼아도 좋겠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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