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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등록일 2014-10-10 02:01 게재일 2014-10-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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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는 벼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굳은 절개이다. /산림청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대나무를 이렇게 노래 불렀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 저러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우리가 대나무로 부르는 것은 왕대나 죽순대를 말한다. 대나무는 벼꽃 모양의 꽃이 60~120년에 한 번만 핀다.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꽃피우고는 이듬해 이승을 하직해 버린다. 죽칠훈(竹七訓). 대나무에 7가지 배울 점이 있다. 뿌리가 단단하여 잘 뽑히지 않고(固), 성질이 곧아서 똑바로 서며(直), 속이 비어서 욕심이 없고(空), 사철 변하지 않고 푸르며(靑), 마디가 있어서 정절을 나타낸다(節). 대나무가 무서운 비바람을 잘 견뎌 내는 것은 빈속과 마디 때문이라고 한다.

대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빗자루, 광주리, 발, 자리, 바구니, 조리, 부채, 지팡이 옛날에는 중요한 물건은 모두 대나무로 만들었다(用). 거기에 아름다운 경치가 멋을 더하고, 대나무의 고귀한 정신까지. 대나무는 깨달음을 주는 나무다(覺).

삼국유사에 이런 얘기가 전해 온다.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나라를 다스리던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생겼다. 동해바다 한 섬의 대나무가 낮에는 둘이 되고 밤에는 하나로 합쳐졌다. 이 일을 신기하게 여긴 왕이 찾아갔더니 오색구름 속에서 용 한 마리가 나타나 왕에게 말했다.“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면 천하를 잘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돌아가신 문무왕과 김유신 장군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내린 보물입니다.” 왕은 곧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게 했다.

그 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적이 쳐들어왔을 때 피리를 불었더니 스스로 물러가고, 병을 앓는 사람에게 불었더니 병이 나았다. 가물 때 피리를 불면 하늘에서 비가 오고, 비가 올 때 불면 날이 개었다. 풍랑이 칠 때 불면 물결도 잔잔해졌다. 이 피리의 이름이 바로`만파식적(萬波息笛)`이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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