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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길, 쉬운 것부터

등록일 2014-09-16 02:01 게재일 2014-09-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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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거부하는 북한도 동학(東學)만은 허용한다. 과거 천도교 교령 한 사람이 월북했던 적도 있다. 경주에서 창시된 동학은 천도교로 개명되고, 교양지 `개벽`을 펴내며 계몽운동의 선봉에 섰고, `어린이`라는 아동잡지를 펴내며 아이들을 인격체로 존중한 천도교였고, 독립선언서 서명 33명 중 일원이었으며, 모든 사람은 모두 하나님을 모시고 있다는 만민평등사상을 편 민족종교이다.

최근 북한 천도교 단체인 `청우당`이 남한 천도교 측에 “10월 3일 개천절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이에 천도교,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공동으로 꾸린 `동학농민혁명 제120주년기념대회 추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17일 평양에서 열기로 했던 동학농민혁명 남북 공동행사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연기됐는데, 대신 북측에서 평양 개천절 행사에 초청했고, 우리는 개성에서 미리 만나 실무회담을 진행하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천도교 박남수 교령은 “남북한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동학농민혁명 행사를 함께 여는 것을 긍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1894년 동학군이 황해도 해주성을 공격할 때 백범 김구 선생은 당시 `접주`가 되어 선봉에 섰는데, 남측 참가자들은 해주성도 답사할 예정이다. 김구선생은 남북이 공히 기리는 인물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은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동질성을 회복해가야 한다.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지냈던 영국인 다니엘 튜더는 “한국맥주보다 대동강맥주가 맛이 좋더라”란 기사를 쓴 후 북한의 초대를 받아 평양을 돌아보고 온 일이 있다. 그는 “북한이 많이 변하고 있다. 거리에는 당국의 묵인하에 소규모 시장이 형성돼 있고, 고층건물이 서고 있으며, 북에는 현재 10개의 맥주공장이 있는데, 사업가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에도 시장경제가 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남북간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사업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역대 정권에서 대북 밀사로 활동했다. 20회 정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김정일을 만나 `바른 말`을 했고,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김일성 주석이 그 때 사망하지 않았다면 YS와의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또 “중국 동북3성에 북의 인력·남의 기술과 자본을 투자하는 경공업단지를 세우자”는 김우중 밀사의 제안에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DJ정부시절의 남북정상회담과 현대그룹의 대북사업도 `경제인 밀사`들이 다리 놓은 결과물이었다.

문화적·경제적 분야에서 차츰 징검다리를 놓아가는 일이 통일준비이다, 천도교의 행사와 남북경제교류 등에서 남북이 신뢰를 회복해가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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