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7월 중순이니 10월 말까지는 3개월 반 정도 남았다. 그 동안에 현 총장이 연임되거나 신임 총장을 선발해야 한다. 포스텍의 경우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선임위원회`가 있고, 영향력 있는 `교수평의회`가 있다. 상당수 대학들이 교수회의에서 총장을 선거하는데 여기에도 부작용이 있다. 총장 후보자들이 “교수 봉급을 올려주겠다” 공약을 하고, 그 자금 마련을 위해 학생들의 주머니를 쥐어짜 등록금 인상의 요인이 됐다. 그러나 포스텍은 총장선임위가 교수회의 의견을 들어서 선임한다.
최근 교수평의회가 `김용민 총장 연임 문제`를 놓고 여론조사를 했다. 전임교수 270명 중 219명이 참여했는데 180명이 반대했고, 찬성은 17%인 37명뿐이었다. 반대의 이유는 `소통 부재`였다. `소통`이란 말은 추상적이어서 해석이 구구하다. `독단`이란 뜻으로, 혹은 `소신`으로 새길 수도 있다.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쏟아지는 요청들을 다 들으려다가 죽도 밥도 안될 수 있고,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추진해 일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있다. `김용민 총장의 소통부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과거 자유당 정권때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장관을 바꾸라”는 야당의 요청에 대해 “강을 건너면서 말을 바꿀 수는 없다”는 말로 거절했다. 지금 포항의 상황이 흡사 `강물을 건너는 형국`이다. 이강덕 신임 시장이 야심차게 포항 성장동력에 시동을 걸고, 미국 석학이 `포항이 앞으로 먹고 살 문제`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으며, 포스텍의 김용민 총장은 AP포럼(Advance Pohang Forum)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신임 시장과 포스텍이 손발을 맞추어서 포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점을 맞은 지금 총장선임문제는 시민들의 지대한 관심사다.
AP포럼은 `민·관·산업체·학계`가 결집된 협의체이다. 유령도시 처럼 황량했던 미국 피츠버그시를 새롭게 일으켜 세운 힘이 바로 단결된 힘에서 나왔고, 그 경험을 포항시가 받아들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그 주역을 맡은 포스텍 총장의 거취는 시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물론 교수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이해하려는 아량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김 총장이 이번 기회를 깊이 자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AP포럼 자체가 `소통`의 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