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정도전의 철학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7-15 02:01 게재일 2014-07-15 19면
스크랩버튼
정도전 정치 철학의 기본 이데올로기는 주자학과 정전제와 재상제였다. 얼마 전 종영한, 그를 타이틀로 한 주말 드라마에서도 이 정신만은 온전히 투영되었다. 정치적 기초 질서로 주자학을, 민본의 생업 토대로서 정전제를, 이상적인 권력 제도화로서 재상제를 설계했다.

우선 그는 더 이상 불교가 정치 이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의 관점에서 정치의 요체는 `질서`였다. 천지만물을 아우르는 불교의 가상적 윤회관은 이를테면 군신과 부자 관계 등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의 상하질서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정도전 정치철학의 기본은 차별적인 상하관계를 긍정적으로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 차이를 부정하는 불교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 토대로서 그가 내세운 것은 정전제였다. 어떤 정치 제도도 그것을 받쳐줄 경제적 기반이 없으면 실현될 수 없다. 정도전 정치의 활동 방향은 `의식의 풍족`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바탕에 백성이 있었다. 민생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토지개혁을 내세웠다. 대토지를 소유한 기득권에 맞서 국가권력의 지배가 미치는 토지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권력의 제도화로서 재상제를 주장했다. 새로운 정치공동체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재상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관료체제가 요청된다고 보았다. 그가 이상으로 내세운 재상은 식견과 도량과 덕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다. 군주는 재상의 시비와 적부를 논하고, 재상은 군주를 바르게 보필해 서로의 임무를 다함으로써 정치적 권위와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정도전 정치 철학이 새삼 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그의 사상 밑바탕에 민본 사상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밥벌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치적 안정을 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백성 없이 나라 없다. 제 정치적 신념으로 조선왕조 건국에 크게 기여한 정도전이 민본정치에 바탕을 두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주목 받아 마땅하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