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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라는 말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7-10 02:01 게재일 2014-07-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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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나 `선생님`을 가리키는 은어가 `꼰대`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렇다고 실생활에서 그 말이 두 부류를 한정해서 쓰이는 건 아니다. 고루한 생각을 강요하거나 제 말만 옳다고 남을 설득하기를 즐기는 모든 사람은 꼰대의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미있는 건 자신이 꼰대인 줄 모를수록 꼰대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조금씩 꼰대가 되어 간다. 원하지 않아도 뒤를 잇는 세대가 기성세대를 그렇게 규정해버리는 한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기도 한다. 상황이 아니라 시간이 사람을 꼰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제 아무리 꼰대가 아니라고 우기고 싶어도 그들이 우리를 꼰대로 여기는 한 그렇게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이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이 있다. 이 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슬프기 한량없다. 기성세대의 `꼰대스러움`에 대한 경고문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꼰대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는 흔한 방법 중의 하나는 “요즘 애들은 말이야”하는 말을 얼마나 자주하는지를 체크하는 일일 것이다. 인류 언어 역사와 함께 생겨난 말이 `요즘 애들은` 이란 말이라고 할 정도로 앞선 세대는 뒤따르는 세대에게 질책성 또는 훈육성 언어를 쓰기를 즐긴다. 따지고 보면 언제나 `요즘 애들`에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는 `기왕의 어른`의 실존적 서글픔이 문제일 수도 있다. 그걸 바라보는 씁쓸한 자괴의 심정에서 만들어낸 말이 `입은 닫은 채 지갑만 열라`는 것이 아닐까 싶어 씁쓸한 면도 없지 않다.

대접 받으려는 마음, 내가 옳다는 믿음, 젊은이는 가르침의 대상 등이란 생각 때문에 꼰대라는 은어가 생겨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꼰대는 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레 꼰대로 비춰지는 건 세월 탓이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완전히 젊은 세대에 동화될 수는 없겠지만 말끝마다 `요즘 애들이란` 하는 추임새를 넣는 횟수를 줄이는 노력만으로도 꼰대 되는 속도를 어느 정도는 늦출 수 있지 않을까.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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