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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 높은 글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7-02 02:01 게재일 2014-07-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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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은 `전압이 높은 문장이 좋다`라고 어떤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압이 높으면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도 강하렷다. 우선 높은 전압을 얻으려면 많이 축적해야 한다. 축적하려면 버려야 한다. 버리지 않으면 원하는 만큼의 전압이 생길 수가 없다. 버리는 만큼 내공이 쌓이고, 버리는 과정에서 높은 전압이 발생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다시 부른다. 소설로 읽히는 게 아니라 예의 전압이 높은 문장들로 직조된 한 편의 에세이 같다. `난중일기` 문체와 그의 문체는 닮았다. 많이 축적하기 위해 과감히 버리는 그 담백한 단단함. 이를 테면 이순신은 “각 고을의 색리 열한 명을 처벌하다. 군사 결원이 수백 명에 이르렀는데도 매양 속여 허위 보고를 하다. 그래서 오늘은 그들을 사형에 처해 목을 높이 매달았다. 모진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일기에 쓴다. 이런 문체는 김훈에게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군더더기를 버림으로써 전압이 높아지는 문장. 문장과 문장 그 한 호흡 사이에 수다를 떨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수다가 많아지고 호흡이 길어질수록 문장의 밀도는 낮아진다. 즉, 전압이 낮아진다. 하고픈 말을 삼킨 그 자리엔 깊은 우물 하나 생긴다. 물길은 깊고, 그 깊은 곳의 끝자락은 드넓기 한량없다.

원고지에 연필로 또박또박 쓴다는 그는 몸으로 쓰는 사람이다. 온몸으로 밀고 가는 느낌이 없으면 전혀 쓰질 못한다고 고백한다. 따지고 보면 글의 팔할은 몸이 쓴다. 거의 전부의 몸이 쓰고, 나머지 약간의 마음이 다듬는다. 몸으로 하는 글쓰기의 고통과 환희. 따라서 높은 전압의 글은 몸이 제대로 달아올랐을 때 쓸 수 있다. 마음에 아무리 전율이 와도 몸의 전압이 받쳐주지 않으면 글은 글이 되지 못한다. 헛구호로 그치고 만다.

정직하게 몸부터 안달하는 자의 글은 밀도가 높다. 온몸으로 밀고 가는 언어에 성김이 없다. 수다가 들어찰 틈이 없다. 이순신의 일기가 그렇고, 김훈의 서사가 그렇다. 마음보다 몸이 앞서 쓴, 전압 높은 글에 독자는 감전되어도 좋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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