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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의 고의와 부작위

등록일 2014-06-27 02:01 게재일 2014-06-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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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현 변호사

전대미문의 비극적인 사건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세월호 승무원들이 재판을 받게 됐고, 선장 등 주요 승무원에 대해서는 살인죄가 적용돼 재판을 받게 됐다.

위 재판에 대해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위 사건의 공소장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범죄사실 및 적용죄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언론보도상으로는 살인죄로 기소된 주요 승무원의 경우 살인에 대한 고의의 인정 여부 및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인정 여부가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살인죄에 대하여 형법 제250조는 `사람을 살해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살인죄는 `고의`로 사람의 생명을 박탈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살인의 고의, 즉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만일 자신의 어떠한 행위로 인해 사람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살인의 고의가 없는 경우라면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고, 상해치사, 폭행치사 또는 과실치사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고, 적용죄명에 따라 형량의 차이도 매우 크게 된다. 예컨대 사람을 흉기를 사용해 죽게 한 경우 처음부터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한 행동이라면 당연히 살인죄가 적용될 것이나, 상처만 주려고 의도한 경우에는 상해치사죄로 처벌받게 된다. 실제로 형사재판 과정에서 살인죄 또는 살인미수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살인의 고의라는 것은 행위자의 머릿속에 있는 내심의 의사이므로 외부로 객관적이 표현되지 않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도구, 범행당시의 언동, 가해 부위가 급소인지,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살인의 고의 유무를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살인의 고의는 확정적인 경우 뿐만 아니라 미필적 고의로도 성립이 가능하다.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는 쉽게 말하면 사람이 죽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고 그러한 행위를 하겠다는 심리상태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살해행위에는 그 수단·방법상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작위·부작위를 불문하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도 가능하다. 실제로 법원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해 살인죄로 처벌한 사례도 있는데, 예컨대, 환자의 보호자가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사에게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을 요구해 그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삼촌이 나이가 어린 조카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저수지로 데리고 가서 미끄러지기 쉬운 제방 쪽으로 유인하여 함께 걷다가 조카가 물에 빠지자 그를 구호하지 아니해 조카를 익사하게 한 경우, 미성년자를 아파트로 유인하여 양손목과 발목을 노끈으로 묶고 입에 반창고를 붙이고 얼굴에 모포를 씌우는 방법으로 포박해 감금하였는데, 감금상태가 지속되던 중 피해자가 음료수를 섭취하지 못할 정도로 탈진해 그대로 두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그대로 방치하여 사망하게 한 경우 등의 사례에서 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다. 그런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할 만한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라야 성립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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