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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통찰로 엮은 철학 고전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4-05-30 02:01 게재일 2014-05-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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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  하세가와 히로시 지음  교유서가 펴냄, 255쪽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교유서가)는 헤겔의 저작에 대한 획기적인 번역으로 이름높은 일본의 철학자 하세가와 히로시가 쓴 독서에세이다. 안정된 사고의 리듬, 격조 있는 문장, 잔잔한 통찰로 엮은 철학고전 읽기의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15권의 고전을 인간, 사색, 사회, 신앙, 아름다움의 5개 카테고리로 구분해 읽어나가면서 느낀 바를 기존 번역본을 인용하며 소개한다. 이 책에서 다룬 고전들은 희랍 고전에서 20세기 프랑스 철학서는 물론이고 사회과학서나 논어, 문학작품 등에 걸쳐 있다.

하나같이 읽어서 재미있고 그 느낌을 글로 써서 더욱 즐거운 책들이다. 지은이는 이들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서도 교과서적인 소개보다는 비판적인 태도로 자기 나름의 사색을 심화시키는 소재로 활용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지은이와 함께 생각하고 지은이가 던지는 질문에 독자 나름의 답을 떠올려보는 기분이 들고, 그만큼 즐거운 사색의 시간이 된다.

셰익스피어 `리어 왕`, 데카르트 `방법서설`, 플라톤 `향연`, 공자 `논어`, 루소 `사회계약론`,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도스토옙스키 `죽음의 집의 기록`, 아우구스티누스`고백`, 파스칼 `팡세`, 보들레르 `악의 꽃`, 메를로퐁티 `눈과 정신` 등이 지은이가 엄선한 고전들이다.

△셰익스피어 `리어 왕`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비극이든 희극이든 인간미 넘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사람들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감회를 남긴다. 사회 속에서 함께 살며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인간에게 대체할 수 없는 개성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근대 유럽의 기본적 인간관이라 한다면, 셰익스피어의 극은 근대 여명기에 근대적 인간관의 풍부함을 실물로 입증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리어 왕`은 하나의 물결이 또다른 물결을 일으키고, 끔찍한 고통이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지는 인간세의 변화무쌍함을 다룬 비극이다. 줄거리가 전개되는 면만 보더라도 이만큼 빈틈없이 꽉 찬 내용을 담은 작품도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존재는 브리튼 왕국을 지배하는 늙은 왕 리어. 입에 발린 소리로 알랑거리는 자들에게 둘러싸인 권력자가 주변의 상황을 냉정하게 꿰뚫어보지 못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인데, 다만 리어의 경우는 보통의 범위를 넘어서며 비현실적인 감마저 풍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우여곡절 끝에 애정 넘치는 리어와 주변 사람들이 나누는 마음의 교류에서는 광기마저 감싸안는 두터운 정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지은이 하세가와는 인간이 본래 지닌 마음의 풍요로움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무언가가 거기에는 있다면서, `보통사람들의 별로 색다를 것 없는 생활 속에 살아갈 만한 가치가 숨어 있다`고 보는 셰익스피어의 인생관에 주목한다.

△데카르트 `방법서설`

이 책에서 지은이 하세가와는 `방법서설`이야말로 사람에게 살아갈 용기와 생각할 용기를 주는 상쾌한 책이라고 잘라 말한다. 데카르트는 넓고 깊게 학문에 익숙했고, 다양한 사람과 사겼으며, 인간사회를 가까이에서 또 멀리에서 관찰했고, 자신의 생각이 정말로 옳은지 계속해서 물었던 철학자다. 그의 생각의 토대는 인간을 관찰해서 얻은, “양식(良識)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이라는 데 있었다. 데카르트는 양식·이성·판단력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주어져 있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든 세상에 대해서든 교만하거나 아첨하지 않았다. 그는 양식과 이성과 판단력에서 보통사람들보다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않은 사람으로서, 보통사람들과 함께 지적으로 살기를 바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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