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24일간 방치도… 게임중독, 죄의식 못느껴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구미시 인동의 한 빌라와 고물상 사이 화단에 자신의 아들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유기한 혐의(살인)로 정모(22)씨를 검거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특히 정씨는 숨진 아들을 담요에 싼 채로 24일간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하는가 하면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전세로 내놓은 자신의 집에 사람들이 찾아올 경우 아들의 시신이 발견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뒤늦게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정씨는 지난 2월24일 아내와 별거를 시작하고 나서 28개월 아들을 집에 방치해 두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PC방을 돌면서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다가 2~3일에 한번씩 집에 들어 확인한 후 다시 외출해 게임에 몰두하는 일을 되풀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씩 집으로 돌아올 때는 먹을 것을 사들고 와 먹이기는 했지만 잦은 외출로 아이의 끼니를 챙기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고, 지난달 7일 오후 1시께 정씨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별다른 죄의식도 느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지난달 31일 상당히 부패한 아들의 시신을 담요에 싸서 아파트 베란다에 내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지난 11일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부동산중개소에서 사람이 찾아올 경우 아들의 시신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나머지 100ℓ들이 쓰레기봉투에 시신을 담은 뒤 집에서 1.5㎞가량 떨어진 구미시 인동에 시신을 버리고 평상시와 같은 생활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정씨의 이같은 엽기적인 행각은 별거중이던 아내가 아들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어린이집에 맡겼다`거나 `친척에게 맡겼다`는 등의 거짓말을 계속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아내의 끈질긴 요청에 정씨는 지난 13일 대구 동부경찰서 동대구지구대를 찾아가 “노숙을 하던 중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했지만, 경찰이 동대구역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특이점이 나오지 않아 계속 추궁하자 자신의 범행을 털어놨다.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방치·학대 등이 1~2차례 정도로 그쳤으면 `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해 `살인의 고의`로 볼 수 있다”며 “정씨가 숨진 아들의 생년월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등 공황상태이고, 진술도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