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로타리 3630지구 `희망 프로젝트` 동행 취재
세계 최대 봉사단체인 국제로타리는 세계 각지의 실업 직업인들이 모여 만든 각 로타리클럽의 국제적인 연합단체다.
국제로타리 532개 지구 중 10위에 드는 국제로타리 3630지구(총재 이동호)의 4지역(대표 배석기) 7개 클럽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지구 희망 프로젝트 사업으로 베트남에 사랑의 집 지어주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서포항로타리(회장 이석우), 포항영일만로타리(회장 김석수), 신포항로타리(회장 김성기), 포항여명로타리(회장 유진숙), 포항해맞이로타리(회장 김태언), 참포항로타리(박영진), 포항등대로타리(회장 조우형)의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봉사와 나눔의 삶을 동행 취재했다.
포항 7개 클럽 베트남 빈롱성 투어단리 극빈촌 찾아
7가구 선정해 5개월간 사랑의 집 지어주기 봉사활동
식수난 해결·하수구 정비 등 주거환경 개선도 벌여
국제로타리 3630지구 4지역 7개 클럽은 저개발 비산업화 국가인 베트남의 극빈마을의 주민들을 위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랑의 집 지어주기 봉사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사랑의 집을 지어줄 7가구의 신축 비용 3천500여만원은 지구보조금과 4지역 7개로타리클럽 분담금으로 부담하고 3차에 걸친 방문 시 전달한 의류와 신발, 학용품 등은 각 로타리클럽에서 맡았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동남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빈롱시 빈민읍의 빈민촌 투어단리. 30℃가 넘는 무더위 속에 얼기설기 양철로 지붕을 얹은 집들 앞에 주민들이 나와 쉬고 있었다. 야자수 나뭇잎으로 간신히 지붕을 엮은 집들도 보였다. 집 앞 긴 대나무에는 빨래가 어지러이 널렸고 하수구는 대부분 오물로 막혀 있었다.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가 잦은 우기(4~10월)에는 발목까지 물이 차오를 때도 많다고 한다. 식수는 빗물이나 구거물을 받아 침천시켜 사용하고 있었고 신발과 의류가 부족해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가족이 많아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근 고구마 밭에서 일하는 것이 수입의 전부인 이들은 일당인 5만동(2천500원 정도)이었다.
마을 깊숙이 들어가닌 외딴섬처럼 하얀 벽과 파란 대문으로 단정하게 정리된 집 한 채가 눈에 띄었다. 국제로타리 3630지구 4지역 클럽들이 이번에 만들어준 일곱 채 가운데 하나였다.
집주인인 선 목(73)씨는 수 십년 동안 심장병으로 돈 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부인 탓 티 미우(70)씨는 몇 년 전까지는 친척 집의 논밭에서 소작농으로 일했지만 얼마전 부터는 힘이 없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며느리는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며, 아들도 변변한 일이 없다. 이 가족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가 올 때 마다 지붕에서 빗물이 새는 바람에 비옷을 입고 잠을 자야 했다. 그러다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해 말 4지역 7개 클럽의 `사랑의 집짓기` 대상자로 선정돼 이번에 새 집을 선물 받은 것이다.
선 목씨는 “꿈도 못 꿨는데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게 돼 너무나 감사합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런 저개발지역의 사람들에게 삶의 기쁨을 나눠준 4지역 7개 로타리클럽이 이 마을에 사랑의 집을 지어주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깝다. 지난 2012년 10월22~26일 서포항로타리클럽이 자매협약을 맺은 포항세명기독병원이 의료봉사사업을 목적으로 베트남 빈롱성 탄로이 마을을 방문할 때 함께 방문했다. 방문 중 주민들의 나쁜 건강상태는 무엇보다도 주거환경개선과 수질 개선이 급선무라는 의료팀의 의견을 듣고 바로 탄로이 급빈 가정의 가옥 3채 개선 사업에 동참하면서 부터다.
서포항로타리클럽 이석우 회장과 회원들은 귀국해 베트남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국제로타리의 인도주의 봉사의 초점 분야로 일회성의 사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프로젝트로, 클럽 차원이 아닌 지역 및 지구 사업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4지역 7개로타리 회장단과 의논했다.
회장단은 회의 끝에 이번 사업을 다문화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자매결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포항으로 시집온 베트남 이주여성의 친정마을과 협약을 맺고 그 마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함께 펼쳐 새로운 마을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 대상은 포항으로 시집온 양정미씨의 친정마을인 베트남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인 빈롱시 빈민읍 투언단리였다.
투어단리는 베트남 남부지역으로 호치민시에서 약 5시간 정도 가야 하는 곳으로 4지역 7개로타리 클럽은 첫 방문인 지난해 4월 통역자로 양정미씨를 동행해 양씨가 딸 보경이와 함께 결혼 후 처음으로 친정나들이를 할 수 있는 선물을 하기도 했다.
이석우 서포항로타리클럽 회장과 4지역 7개로타리 클럽 회원 14명이 참여한 첫 번째 방문은 현장 사전 답사로 이뤄졌다.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 곳에서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0월1~7일에는 13명의 회원이 참석해 사랑의 집 지어주기 가구 선정과 기존주택 철거 작업에 동참하고 의류와 신발, 학용품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어 11월15~18일에는 작업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사랑의 집을 지어줄7가구에 현판을 설치하고 사업대상 가구 주민과 만나 애로점 등을 듣기도 했다. 준공식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난달 19~23일에는 신주화 호치민 영사와 베트남 정부 관계자,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개최하고 입주 기념선물로 가재도구와 로타리 시계, 인근학교에 학용품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석우 서포항로타리클럽 회장은 “지식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라는 거창한 모토가 아니라 `초아의 봉사 정신의 기본인 인류애 실천`이라는 차원에서 단순히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직접 봉사하고 참여했다”며 “회원들의 로타리 정신 제고 측면에서도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배석기 4지역 총재지역대표는 “베트남 빈롱시 투어단리 마을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초아의 봉사와 나눔의 기쁨을 몸소 체험하는 중요한 기회였고, 이 사업이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회원 및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신주화 대한민국 호치민 영사는 “이해 관계가 없는 먼 나라까지 오셔서 이렇게 훌륭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해 주신 로타리클럽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가슴 뿌듯함과 영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4지역 7개 클럽의 사랑의 집 지어주기 봉사는 현지 사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응웬 브엉 칸 빈롱성 인민회의 부위원장은 “생소하게 느껴졌던 국제로타리란 곳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 지역민을 위해 훌륭한 주택을 지어준데 대해 무한 감사를 표한다, 앞으로 로타리클럽의 인류애 실천을 널리 홍보하고 동참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함께하고 싶다”고 감사해 했다.
양씨는 또 “4지역 7개 로타리클럽이 지어준 집에 사는 주민들이 수시로 친정 부모님을 찾아와 감사의 뜻을 나타내며 `나중에 우리 딸도 한국으로 시집보내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전체 인구가 약 2만명인 빈민읍의 리 가운데 극빈층이 몰려 사는 투어단리는 한 가구의 연간 평균소득이 약 750만동(약 37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열악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