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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이 너무 허술하다

등록일 2014-03-12 02:01 게재일 2014-03-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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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없던 경북 경주 닭농장에 AI바이러스(H5N8)가 퍼져 닭 5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들여온 중닭 5천200여 마리 때문에 일어난 재앙이다. 평택시는 `AI감염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들여오는 닭을 왜 그렇게 허술하게 검사했던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너무나 미흡하고, 도처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한 사례이다. 평택서 경주까지 300km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방역에도 걸리지 않았다. 닭들은 운송과정에서 10여 마리가 폐사했고, 농장에 도착한 직후에 또 20 마리 가량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미 AI에 감염돼 있던 닭을 평택의 농장에서 팔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평택시 방역당국은 잘못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경주시는 “가금류 이동승인서를 발급할 때 관찰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하는데 반해서 평택은 “검사 당시 해당 농장에는 폐사한 닭이 없었고, 볏에 푸른빛이 도는 등 AI의 사전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그러면 이동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는 말인가. AI파동이 한동안 숙지는 듯 하다 싶더니 방역활동도 손을 놓았던 것인가. 이 헛점을 틈타 AI가 기습을 한 것인가. 그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는 폐사 직전까지 별다른 징후가 없어서 육안 관찰만으로 가려낼 수 없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우리나라 방역체계에 구멍이 많다는 것을 자인하는 언급이다. 법에 의하면, AI발생지역에서 3km 이상 떨어져 있는 지역까지는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하지 않고, 육안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가금류 이동 승인서`를 발급하게 돼 있다. 그 법의 헛점이 이번 경주사태를 만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농축식품부는 가금류 이동에 대한 방역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닭·오리 등의 질병도 분명 `잠복기간`이란 것이 있을 것이므로 발병지역의 가금류를 이동시킬때는 반드시 전문기관에 의한 정밀검사를 거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허술한 시스템은 이것 뿐만 아니다. 9년간 잠만 병원에서 자고 낮에는 놀러다니는 `가짜 입원 환자`로 지내면서 6억5천만원의 보험금을 뜯어낸 부부가 있었다. 최근 대구 동부경찰서는 이모(62)·김모(59·여)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부부는 대구 부산 등 4개 지역 병원 24곳에 당뇨나 천식 등을 이유로 입원했고, 입원이 되지 않으면 허리나 목이 아프다며 입원을 했다. 이들은 9년간 9개 보험사에 20가지의 질병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교활한 자들에게 힘없이 무너지는 이 허술한 사회시스템을 견고히 만들어야 할 것인데, 법을 다루는 국회는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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