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힘들었지?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2-24 02:01 게재일 2014-02-24 19면
스크랩버튼
`자기보다 훌륭하고 덕 높고 잘난 사람, 그러한 사람들을 곁에 모아둘 줄 아는 사람, 여기 잠들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명이란다. 성공한 그의 이력이 이 한마디에 다 들어 있다. 카네기는 성공 비결을 자신의 능력 덕이라고 보지 않았다. 자신이 잘 해서가 아니라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뽑아 쓴 덕이라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그를 성공한 사업가로 만들었다. 나아가 기부와 자선의 실천을 통해 인간 사랑의 증거로 삼았다.

`사람이 모든 것`이라는 생각을 앤드류 카네기는 일찍 깨쳤다. 어릴 때 카네기는 토끼 한 쌍을 선물 받았다. 한두 마리 토끼를 키울 때는 제 이름을 짓고 불러주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열 마리, 스무 마리로 늘어나면 그 이름을 짓고 기억하고 불러주는 건 쉽지 않다. 카네기는 출석부에서 힌트를 얻어, 반 친구들의 이름을 각 토끼에게 목걸이로 걸어주었다. 그러자 친구들은 제 이름 팻말이 걸린 토끼에게 관심을 가지고 먹이까지 챙겨 주는 것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 존재 증명을 바란다. 기업 경영을 하면서도 카네기는 토끼 키우던 그 시절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 직원이 다섯 명이었을 때나 오백 명으로 늘어났을 때나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며 필요한 사람인지를 강조했다. 평생에 그가 가장 즐겨하고 자주한 말은 `자네, 힘들었지?`라는 한 마디였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정성을 한시라도 잊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고 내 맘을 헤아려주는 것만큼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것도 없다. 카네기는 인간의 이런 근본 정서를 기업 경영에 접목한 셈이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이고,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다. 하지만 그 목적에 도달하게 하는 바탕은 누가 뭐래도 사람이다. 현명한 카네기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돈을 먼저 벌기보다 사람을 먼저 벌어라. 그러면 돈은 따라 들어오게 되어 있다`는 멋진 명제에 이르렀다. 지친 누군가의 얼굴에 안간 미소가 보인다면 무심한듯 다가가 가만 손잡아 주고 싶다. 오늘 그대 힘들었지?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