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안녕 기원은 한마음<BR>경북 정월대보름 맞이 다채
세시풍속은 음력의 월별 24절기와 명절로 구분돼 집단적 또는 공통적으로 촌락마다 관행에 따라 전승되고 있는 의식, 의례행사다.
정월 설날 연시제(年始祭)를 지내며 세배로 시작되는 세시풍속은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등을 시작으로 열 나흘날 자정이 되면 마을 제단에서 동신제를 지내고, 보름날 새벽에는 귀밝이술, 일명 이명주(耳明酒)라 하여 술 한 잔씩을 마시며 `부럼`을 깬다.
본지는 대보름인 지난 14일을 전후해 경북 도내에서 열린 정월 세시행사를 동제와 달맞이 행사를 중심으로 짚어 본다.
□ 안동의 공민왕 숭모 동제
오래 전부터 마을마다 전래돼 오는 동제(洞祭)는 마을 수호신을 숭상하고 동민들의 무병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을 지켜주는 신(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 하지만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안동지역은 50여 곳에서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동제를 10여년 전부터 새롭게 태동시켜 온 것이 공민왕 관련 동제이며 관련 제당이 전국의 14여곳 가운데 안동에 7곳이며 동제를 지내는 곳은 6곳이다.
안동과 고려 공민왕의 인연은 1361년부터이다. 안동은 이때 70일간 고려의 수도 역할을 담당했고, 이때의 역사가 동제에 스며 있어 항상 이때만 되면 공민왕을 기억케 한다. 동제를 지내는 동네마다 당시 공민왕의 행적이 내재돼 있다.
그러나 곳곳마다 동제를 지네는 추모의 대상과 성황당 형태나 제사형태도 다르다. 안동에는 추모의 대상으로 공민왕의 딸을 추모하는 당이 7곳 중 3곳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공민왕, 며느리 그리고 장군형상 순이다. 형태로는 당집(성황당)이 4곳으로 많고, 웅상 나무(서낭신)가 3곳이다.
동네의 안녕과 복을 주는 수호신을 위한 제사(동제)는 약 보름 동안에 걸쳐 동민들의 정성을 모아 치르고 있는데, 제사(洞祭) 또한 유교적 절차에 의해 행해지고 있지만 지역마다 다소 다르다.
제사에 관한 기록은 고려사에 의하면 문종 때 처음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나오고, 조선시대에 와서 통합, 재배치했다는 설도 있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 관제화된 서낭당은 지방의 유력세력들이 장악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서낭제 또한 민간이 제사 지내는 곳으로 변화돼 왔다.
보통 열나흘 날이 되면 마을마다 `동제 이벤트`라고 칭할 정도로 `불꽃놀이`가 마을마다 벌어지고, 이와 때를 같이해 각 성황당에서 청솔 잎을 태우며 연기를 피워 올리는 모습은 마치 변란을 당할 때의 `봉화대`를 연상케 한다.
지금은 산림이 울창해 위험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화목 중심의 농촌 난방 구조에 의한 민둥산으로 동제 참여자들이 보온을 위해 불을 놓았던 것이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지역의 동제는 타 지역과 사뭇 다르다. 정월 열나흘이 되면 안동시장은 집사의 배종을 받으면서 옛 안동부(安東府) 자리인 현 웅부공원에 위치한 800년 수령의 부신목(府神木)에 제사를 올리며 같은 시간 각 마을에서는 동민들이 모여 동제를 올린다.
□ 상주 흑암2리 마을동신제
상주시 이안면 흑암2리 대가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마을 입구에서 주민들의 무병장수와 한 해의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마을 동신제(洞神祭)를 지낸다.
이 마을은 120여년간의 기록인 동제철을 1895년부터 이어오고 있는데 제관은 3명이며 제수로는 밥과국, 떡(백설기), 삼실과, 나물무침 등이고 술은 정종을 사용한다.
동신제에서는 3잔의 술을 올리는데 첫 잔은 마을의 안녕을, 둘째 잔은 마을주민의 건강을, 셋째 잔은 한해 동안의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의미다.
소지는 12장으로 각각 주민부귀와 복록 3장, 가축 번식 3장, 질병과 재화 방지 3장, 풍년농사 3장 등이다.
이영환 흑암2리 이장은 “해마다 지내는 동신제의 음덕으로 마을에는 아직까지 큰 재난없이 주민들이 무병장수하고 있다”며 “동신제는 선인들에 의하면 연륜이 자그마치 400년이라 전하고 있으나 그 이전은 알 수가 없고 기록으로 전하는 것만 120년이나 돼 동민들이 큰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김천과 울릉의 대보름 달맞이축제
김천시는 지난 14일 김천스포츠타운 주차장에서 박보생 김천시장, 이철우 국회의원, 배낙호 김천시의회 의장, 기관단체장, 시민 5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월 대보름 달맞이 축제를 했다.
식전행사인 시민 대화합 줄다리기, 시립국악단 사물놀이 공연, 인기가수 옥희와 금잔디 초청공연과 연날리기 시연과 체험, 다양한 민속체험 놀이, 귀밝이 술 마시기, 대보름 음식 맛보기 등을 했다.
울릉군의 대표적인 정월 대보름 행사인 장흥 대보름 달맞이 축제도 지난 14일 청소년문화예술체험장(옛 장흥초등학교)에서 개최됐다. 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박용수)가 주최해 울릉군 후원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갑오년 정월 대보름 장흥달맞이 축제`는 주민과 관광객 1천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장흥농악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고 특히 박용수 위원장이 올해 모든 군민들이 기억해야 할 고사성어로 자효쌍친락(子孝雙親)과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이어 지신밟기(농악) 행사, 소원성취 달집태우기, 쥐불 놓기, 부름 깨물기, 귀밝이술 등 전통 민속놀이 재현과 돼지국밥, 돼지고기, 강정, 부럼 등 각종 음식이 무료로 제공됐다.
울릉 사동리 주민들이 주축이 된 이 행사는 농어촌을 풍요롭고 살고 싶은 마을로 가꿔 나가기 위해 울릉군 내에서는 유일하게 마을 단위로 개최되는 달맞이 행사다.
울릉·상주·김천·안동
/김두한·곽인규·최준경·권광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