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운하 물길따라 걷는 재미 쏠쏠, 몸과 마음 힐링은 `덤`
겨울철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운동은 역시 걷기이다. 특히 느리게 걷는 트레킹은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는 것과는 달리 평소 보이지 않던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무리한 운동보다 가볍게 걸으면서 차가운 날씨 때문에 움츠러드는 몸과 마음을 깨워 볼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벼운 트레킹으로 힐링까지 겸할 수 있는 포항 시가지 명소 `포항운하`를 걸어봤다.
운하관서 출발, 죽도시장 거쳐 송도·영일대까지
바다 이어지는 굽이진 길마다 환상적인 풍광 매력
국내 최대 어시장 죽도시장엔 진한 삶의 내음 가득
운하 크루즈·유람선관광도 또 다른 낭만거리 선물
□포항운하
40년 동안 막혔던 동빈내항에 생명의 물길을 연 포항운하는 환경복원과 도심재생을 통해 해양관광도시 포항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포항운하가 시작되는 포항운하관에서 출발한다. 멀리서 보면 파란 꽃봉오리 모양처럼 생긴 포항운하관의 전망대에서 포항운하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확인한 뒤 운하를 따라 뻗은 보행교를 걸어 운하길로 내려온다. 보행교 한편으로 작은 실개천이 흘러가는 모습이 정겹다.
지난해 11월 통수식을 가졌던 포항운하는 40여년간 막혔던 동빈내항을 복원한 것으로 총 길이 1.3㎞, 폭 13~25m 사이에 형산강 물길이 죽도시장을 거쳐 영일만으로 흐르고 있다.
포항운하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동빈내항의 안쪽 물이 순환하지 못하고 고여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우리의 환경을 살리려는 노력이 포항운하란 결실을 만들어냈다. 물길이 열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운하를 따라 힘차게 헤엄치는 숭어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했다.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되어 있는 운하길을 따라 굽이굽이 걷는 재미가 있다. 걷다 지치면 잠시 멈춰 서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쉬어가도 좋고, 운하길 중간 중간에 설치된 스틸아트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전국 최대의 전통어시장 죽도시장
운하길이 끝날 즈음에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 어시장인 죽도시장이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동빈내항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넓게 펼쳐진 죽도시장이지만 위판장을 가득 메운 좌판과 해산물을 사러온 포항시민과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겨울의 죽도시장은 구룡포에서 갓 잡은 대게에서부터 크고 작은 어패류, 구룡포과메기와 고래고기까지 굳이 산지에 가지 않더라도 동해안에서 잡아들인 다양한 해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200여 곳이 넘는 횟집이 들어서 있는 횟집골목은 단연 죽도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게마다 처마에 매달린 과메기와 수족관을 가득 채운 싱싱한 생선과 대게는 사람들의 입맛을 돋운다.
죽도시장을 나오면 동빈내항의 부두인 동빈나루를 만난다. 몇 년 전만해도 각종 창고와 컨테이너, 어망, 어구 등이 어지럽게 나뒹구는 지역이었지만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낭만적인 항구로 탈바꿈했다.
더욱인 옛적 동빈내항은 죽은 항구였다. 바닷물이 순환되지 고여 있다보니 물이 썩어들었다. 물빛은 시커멓게 변해 엮겨운 냄새가 풍기기까지 했다. 온갖 이물질이 둥둥 떠다녀 보기가 흉했다. 하지만 물길이 열리면서 내항은 다시 살아났다. 물빛이 동해안 특유의 쪽빛을 되찾아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또한 죽도시장에서부터 동빈나루를 따라 조성된 1㎞ 정도의 산책로에는 종려나무와 후박나무, 소철 등 상록수가 심겨져 있어 이국적인 정취마저 느낄 수 있다.
□영일대 해수욕장과 해상누각 영일대
바다냄새를 맡으며 동빈나루를 걷다보면 어느새 영일대해수욕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함께 도심 속에 해수욕장으로 오래전부터 포항을 대표하는 명소다. 시민들이 기증한 해송들로 단장된 해변 길의 중간 중간에 설치된 스틸아트 작품들은 오픈 미술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지난여름에 모습을 드러낸 전국 최초의 해상누각인 `영일대`는 영일대해수욕장을 대표하는 새로운 명소로 포항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동빈나루 산책길을 따라 걷다 영일대해수욕장이 아닌 동빈교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바로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송림을 만난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송도송림은 우리나라 최고 도심속 숲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숲속에서 벗어나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도심속 힐링공간이다. 포항수협 앞쪽에 송도해수욕장을 마주보도록 조성된 해안데크길을 걷는 재미도 있다.
40여년간 막혔던 동빈내항과 형산강의 물길을 잇는 포항운하를 시작으로 죽도시장과 동빈나루, 영일대해수욕장, 송도송림으로 이어지는 포항 도심속 트레킹코스. 죽도시장을 중심으로 평일에는 약 7만여명, 주말이면 약 15만여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포항의 대표적 명소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해양관광도시로 부상시키고 있다.
□ 포항운하 리버크루즈와 관광유람선
포항운하 트래킹이 지루하면 포항운하 리버크루즈와 관광유람선을 타보는 것도 묘미가 있다.
리버크루즈를 타고 포항운하를 시작으로 송도해수욕장, 영일대해수욕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해상관광. 바다를 볼 수 없는 내륙지역 사람들에겐 배를 타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이다.
포항운하크루즈는 오는 3월 1일부터 정식운항을 시작한다. 현재 시험운항을 하고 있다. (주)포항크루즈에 따르면 시험운항 중인 현재 크루즈선 승선객은 평일 하루 평균 700~800명, 주말에는 평균 2천여명 이상이 승선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것.
포항크루즈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크루즈선의 운항코스와 승선요금도 정했다.
△A코스(46인승)=선착장~죽도시장~동빈내항~송도해수욕장~선착장(8km, 약 50분 소요)을 돌아오는 구간으로 성인 1만원, 아동(11세 미만) 8천원이다.
△B코스(17인승)=선착장~포항함~죽도시장(4.5km)을 왕복하는 구간으로 성인 6천원, 아동 4천원이다.
△C코스(46인승)=선착장~동빈내항~영일대전망대~선착장(12km)을 돌아오는 코스로 성인 1만3천원, 아동 1만원이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