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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복 입고 싶은 아이 돈 걱정 한숨 쉬는 부모

박동혁기자
등록일 2014-01-17 02:01 게재일 2014-01-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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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벌에 수십만원 예사, 저소득층 큰 부담<Br>지원 필요한 세대 많아 사회적 관심 절실

“남들은 새학기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 시기인데 (우리같이)없는 사람들은 마땅히 준비할 게 없네요”

입학시즌을 맞아 교복, 학용품, 가방, 신발 등 `입학준비물`을 준비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주말과 휴일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쇼핑몰에서는 부모의 손을 잡고 입학준비물을 고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 원하는 마음으로 손수 물건을 골라주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광경은 살림살이가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교복 가격이 해마다 오르는 통에 자녀들의 학생 신분을 증명하는 상징과도 같은 교복 하나 마련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사례1. 포항시 남구에 살고 있는 영빈(14·가명)이는 어린 시절 높은 곳에서 떨어져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영빈이의 장애문제로 갈등을 겪던 부모는 결국 이혼하게 됐고, 현재는 어머니와 영빈이, 여동생 세 가족만이 좁은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홀로 이곳저곳에서 막일을 하며 두 자녀를 키워온 어머니는 최근 들어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특수학급에서 힘겹게 적응하며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영빈이가 중학생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저소득층 교복비 지원금으로 지원되는 25만원으로는 한 벌에 평균 30만원이 넘는 동복을 맞추기에도 빠듯하다.

게다가 영빈이처럼 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은 지퍼형태의 바지를 고무줄로 교체하고, 최대한 편한 형태로 옷을 바꿔야 하기에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영빈이 어머니는 “요즘은 영빈이 교복 생각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며 “지금까지는 어찌저찌 살아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례2. 포항시 남구의 한 농촌마을에서 쌍둥이 손자인 지호, 지훈(13·가명)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61) 할머니는 손자들의 중학교 입학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기초수급자 생계비로 한 달에 50만원 남짓한 돈을 받고 있는 형편에 두 손자가 한꺼번에 중학교에 입학하니 교복비가 생활비보다 더 들게 된 것이다. 장난꾸러기 손자들이 매일 입게 되면 더러워질 것이 뻔해 여벌도 필요한데 현 상태로는 한 벌 사는 것도 힘들다.

“내가 늙어서 어디가서 일할 처지도 못되고…. 나이 차이라도 나면 물려입으면 될텐데 쌍둥이라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아이들 입학날짜가 다가올수록 밤에 잠도 안오고…”

교복 생각을 하면 할머니의 이마에 주름은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새학기를 맞아 자녀들의 교복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부모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동부지역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포항, 경주, 울진 등 경북 동해안지역에서 교복비 지원이 필요한 세대는 총 138세대.

하지만 이는 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는 대상자를 바탕으로 한 통계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가정에서 자녀의 교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포항과 경주 등 도시규모가 큰 지역에서는 일부 가정에서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타지역에서는 정부 지원금 이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정이 많은 실정이다.

김진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동부지역본부장은 “새학기를 맞아 자녀들이 필요한 학용품은커녕 교복도 입히지 못하는 가정이 너무 많아 안타까운 상황이다”며 “입학시즌 전까지 재단 차원에서 모금활동을 벌여 저소득 가정에 한 가정당 45만원씩 지원활동을 펼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저소득 가정에 교복비를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 및 단체, 개인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동부지역본부(054-273-7333)에 문의하면 된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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