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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스의 케이크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1-14 02:01 게재일 2014-0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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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처한 정의의 개념은 다르다. 부자는 부자의 논리에 따라, 빈자는 빈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것을 주장하게 된다. 그 모순을 없앤 정의의 원칙으로 존 롤스는 `원초적 입장`이라는 가상적인 상황을 설정했다. 이를 `무지의 베일(the vail of ignorance)`이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거지일지 백만장자일지, 장애자일지 건장한 사람일지 등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의의 원칙을 도출할 수 있다. 계급장도 떼고, 지갑도 없앤 채 발가벗은 상태라면 사람들은 자신이 처하게 될 최악의 상태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룰을 만들게 되기 때문이다.

원초적 입장에서 도출된 합리적 생각은 두 가지 정의의 원칙을 지녀야 한다. 존 롤스는 이를 평등의 원칙과 차등 분배의 원칙으로 나누었다. 모든 사람은 기본적 자유에 대한 동동한 권리를 누린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균등한 기회 속에서라면 사회적·경제적인 차등 분배는 인정될 수 있다는 게 두 번째 원칙이다. 단, 불평등의 전제조건으로 `최소 수혜자에게 이익이 보장될 것`을 강조한다.

쉬운 예로 케이크를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을까? 존 롤스의 답은 이렇다. “칼을 잡고 케이크를 나눈 사람이 가장 마지막에 남은 조각을 가지는 것이 정의다.” 칼자루 쥔 자가 케이크를 많이 가져가는 세상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가진 자들이 최소 수혜자, 즉 약자를 최우선으로 배려한다는 전제하의 차등 분배를 인정하겠다는 존 롤스의 이론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인간의 선택된 능력이나 조건이 우연의 산물이지 그 자체의 우월성을 말해주는 게 아니라는 게 존 롤스의 생각이다. 필연이 아닌 시대나 상황이 만들어준 `칼자루 쥔 자`는 자신의 케이크를 약자에게 좀 더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그것이 인간사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정의와 분배의 문제 때문에 누군가는 차디찬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찬바람 맞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게 현실이니.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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