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민 있는 곳에 생각 돋고, 생각 끝에 말은 사용된다. 프랑스 작가 볼테르는 이것을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사람은 오직 자신의 불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생각을, 자신의 생각을 감추기 위해 말을 사용한다.`고. 올 한 해도 무사히 건넜다. 수많은 생각과 말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
들머리에서 보듯 모든 생각과 말은 영혼을 잠식한다. 가벼워지고 담백해지려면 그 둘은 놓을수록 좋았다. 해서 올해의 내 개인적 화두는 `생각과 말에서 자유로워지기`였다.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 수행자들에게나 가능한 것이고, 될 수 있으면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생각과 말의 감옥을 뛰어넘는 무심함에 노닐고 싶었다.
그리하여 `마음 놓아버리기`라는 실질적 목표를 두고 무심히 강을 건넜다. `편히 나누고 누리자`라는 실천 요강도 마련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늘 맘에 새겼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이 세 가지 상을 염두에 두지 않는 보시를 실천하려 애썼다. 마음에 주인이 없으니 걸림이 없고 머무름 또한 없는 그 경지! 하지만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그 단계를 맛 볼 것인가.
일 년이 지난 지금, 내 마음의 주인은 여전히 나이다. 집착 없이 베풀고 소박하게 누리자, 는 내 모토는 실패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래도 아주 실패한 건 아니다. 목표를 향해 갈고 닦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 반은 성공했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고마웠다, 2013년!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