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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12-31 02:01 게재일 2013-12-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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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각하고 그 생각을 말(글)로 내뱉는다. 왜 인간 곁에는 생각과 말이 있는 것일까? 근원적인 이런 질문에 골똘하다보면 어느 정도 답이 보인다. 번민 혹은 번뇌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고민거리가 생각과 말을 풍부하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좋은 일이나 단순한 사실에는 그리 큰 사유가 필요치 않다. 그 자체를 즐기거나 인정하면 된다. 반면 나쁜 일이나 복잡한 사실 앞에서는 사유라는 필연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일례로 `생각 좀 하고 살아라.`라는 말은 심각한 상황에나 어울리지 단순명쾌한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번민 있는 곳에 생각 돋고, 생각 끝에 말은 사용된다. 프랑스 작가 볼테르는 이것을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사람은 오직 자신의 불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생각을, 자신의 생각을 감추기 위해 말을 사용한다.`고. 올 한 해도 무사히 건넜다. 수많은 생각과 말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

들머리에서 보듯 모든 생각과 말은 영혼을 잠식한다. 가벼워지고 담백해지려면 그 둘은 놓을수록 좋았다. 해서 올해의 내 개인적 화두는 `생각과 말에서 자유로워지기`였다.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 수행자들에게나 가능한 것이고, 될 수 있으면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생각과 말의 감옥을 뛰어넘는 무심함에 노닐고 싶었다.

그리하여 `마음 놓아버리기`라는 실질적 목표를 두고 무심히 강을 건넜다. `편히 나누고 누리자`라는 실천 요강도 마련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늘 맘에 새겼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이 세 가지 상을 염두에 두지 않는 보시를 실천하려 애썼다. 마음에 주인이 없으니 걸림이 없고 머무름 또한 없는 그 경지! 하지만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그 단계를 맛 볼 것인가.

일 년이 지난 지금, 내 마음의 주인은 여전히 나이다. 집착 없이 베풀고 소박하게 누리자, 는 내 모토는 실패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래도 아주 실패한 건 아니다. 목표를 향해 갈고 닦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 반은 성공했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고마웠다, 2013년!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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