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과 행동이 충돌했을 때 후자인 행동의 결과물로 우리는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춥고 귀찮아서 종량제 봉투에 그냥 넣어 버린다 치자. 이때 원칙과 내 행동 사이에서 갈등한다. 인지부조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우리는 자기합리화를 한다. 물기 있는 음식물이 아니라 사과껍질이나 썩은 당근 조각이니 괜찮을 거야, 옆집 아줌마는 나보다 더하던 걸, 등의 핑계를 갖다 댄다. 이미 한 제 행동을 바꿀 수 없으니 생각 자체를 바꿔서 두 상황을 일치시키려 하는 것이다.
원숭이의 경우도 실은 파랑색 초콜릿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지만 일단 한 번 거절했기 때문에 그 행동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파랑색 초콜릿의 선택을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합리화를 한다. 하지만 자기기만으로 말해도 좋을 그것에 반성이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인지부조화 현상을 연구한 레온 페스팅거가 말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인간은 합리를 추구하지만 합리에 온전히 가닿을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중용이 될 수 없는 그 합리는 어느 한쪽에게는 여전히 불합리할 수밖에 없다.
야스쿠니 참배를 비롯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연이은 도발적 행보는 주변국에게는 당연한 불합리로 보인다. 한데도 그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지극한 합리로 보이나 보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합리화하는 존재일 뿐인 스스로를 그토록 합리적이라고 믿는 것인지.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