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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꽃을 보고서도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12-18 02:01 게재일 2013-12-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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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녀의 미모를 칭송했다. 그 소리를 안 들으면 허전하고 이상할 정도라고 했다. 어느 날 낯선 옷가게에 들렀다. 웬일인지 주인은 그녀더러 예쁘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늘 들어오던 말을 못 듣게 되자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그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뭐가 잘못 됐지? 오늘 내 화장이 이상했나? 간만에 쓴 털모자가 안 어울리는 걸까? 혼란스러워진 그녀는 자신이 왜 옷가게에 들어갔는지조차 잊은 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희한하고 한심한 경험이라며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이해가 간다. 예쁜 사람들은 자신이 예쁜 줄을 안다. 해서 익숙해진 예쁘단 소리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못 듣게 되면 자신에게 뭔가 잘못이 있나 싶어 그때부터 뒤죽박죽 엉망인 심사가 된다. 어찌 모든 이로부터 예쁘단 소리를 듣고 살겠는가. 말수가 적거나, 무심하거나, 혹은 미의 기준이 남다른 옷가게 주인을 만나기도 하는 게 우리 삶이다. 입에 발린 말을 못하는, 잘못 없는 그들 앞에 저 혼자 흔들린 심리상태를 보상하라고 할 수는 없다.

`예쁜 사람, 멋있는 사람` 등 인정에의 욕구가 만족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번민한다. 요즘 인기 있는 법륜 스님에게 조언을 구하는 이도 대개 이런 문제들로 고민한다. 인정받지 못해 내면과 갈등하는 소시민에게 스님은 이런 요지로 답한다. “내 존재를 제대로 알면 칭찬에 우쭐댈 일도 없고 비난에 신경 쓸 일도 없다. 칭찬이나 비난이 상대의 감정표현일 뿐이라는 걸 알면 내가 그 말에 구애받지 않게 된다. 같은 꽃을 보고서도 어떤 사람은 예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말이 없는 꽃 보고도 서로 다른 표현을 하는데 각자 자기 생각과 감정으로 하는 말에 내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

이런 명답을 새기다보면 예쁘단 말 듣지 않아도, 넌 왜 그 모양이냐고 눈총 받아도 의연해질 수 있다. 내 심지 곧고 굳은 게 상대 감정보다 우선이다. 칭찬이나 비난에 일희일비하는 것만큼 내면을 갉아먹는 것도 없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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