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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우선이다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12-11 02:01 게재일 2013-1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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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독서 관련 프로그램이 끝나간다. 독서 방법이니 논술의 개념이니 하며 회원들과 열 올려가며 공부하지만 실은 그런 것이 우리 삶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프로그램 막바지에 이르면 `사람에 대한 이해와 희망`만으로도 충만해진다. 어느새 너와 나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 자리엔 사람의 훈기로 가득하다. 공기 중에 떠도는 그 다사로운 분위기를 아무도 말하는 이는 없지만 서로 감지하게 된다.

추위에도 빠지지 않고 아기 손잡고 오는 것도 모자라 따뜻한 차를 준비하는 분, 남들보다 먼저 와 원탁 대형 자리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 분,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일이 챙기며 관심을 가져 주는 분, 유머와 생활의 지혜로 주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주는 분 등등 다양한 개성만큼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분들을 우리는 만났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서로를 공감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세부 목표 중의 하나는`짧은 글로 힐링하기`였다. 각자 추천한 그림동화 한 편씩을 매주 돌아가면서 읽었다. 한정된 시간, 서로의 마음을 보듬기엔 그림동화보다 나은 것도 없었다. 누군가 동화를 낭독하면 여기저기서 공감의 감탄사나 탄식의 한숨이 섞여 나오곤 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를 낭독하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 올바른 자녀관을 갖는다는 것 등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있었다. 말썽을 부려도 내 아이, 기쁨을 선사해도 내 아이이다.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로 자식은 엄마에게 존재하고, 그런 자식에게 한결 같이 자장가를 불러주는 상징적 존재로 엄마 또한 존재한다. 세월이 흘러, 늙은 엄마 앞에서 어른이 된 아들이 불러주는 자장가 앞에 서면 끝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사람이 희망이며 사랑이 곧 삶의 의미임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람 사이에 흐르는 훈훈한 공기를 공유하는 것 그것이 사람 모이는 궁극의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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