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나라가 시끄럽기만 하다. 한쪽에서는 NLL 포기 발언에 대해 물고 늘어지고 다른 쪽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거품을 문다. 민생과는 별 관계가 없는 사안을 두고 지겹도록 몇 달째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들어 보면 모두 옳다. 일을 벌이는 쪽에서는 그들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고, 꼬투리 잡는 쪽에서는 그 입장이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단다.
정치가 시끄럽고 관계가 뒤틀리는 건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은 나도 그를 수 있고, 너도 옳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순간 왠지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니, 그게 두려워 괜히 목소리를 높이고 과격한 삿대질을 곁들이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치졸한 속성을 파악했기에 젊은 수전 손택은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하루에 스무 번씩이나 가슴에 새겼으리라.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긍정의 효과를 발휘하는 썩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세뇌하는 일이다. 스스로를 귀히 여기는 사람이 타인도 귀하게 대접한다고 수많은 심리학 서적들이 가르쳐왔다. 하지만 그건 서로가 서로를 귀히 여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가능한 일이고, 정치 현실에서는 적용되기 어렵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 획득`이다 보니 서로 배려하는 미덕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 흠 잡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라는 신념이 너무 확고하면 아집이 생기고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라는 최소의 겸허 모드를 곁에 두었기에 손택은 그토록 진솔한 자기성찰에 가닿을 수 있었으리라. 진정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들일수록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라는 자세로 살아간다는 걸 알겠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