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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와 시니컬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11-25 02:01 게재일 2013-1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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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대중들이 잘못 알고 쓰는 외래어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시크`(chic)라는 말이다. 나 역시 그 단어를 내 식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뭔가 도도하고 무심해 타인의 의사에 휘둘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더러 `시크하다`고 표현해왔다. 우연히 인터넷 게시물을 보다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당황했다. 당장 사전을 검색해 봤다.

시크하다 - `세련되고 멋있다`라고 되어있다. 도도하다, 차갑다, 등 소위 `쿨하다`는 의미는 그 어디에도 없다. 잘못 알고 쓴 경우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크란 말은 패션용어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다. 독일어로 세련되고 맵시 나는 경우를 일컬을 때 쉬크(schick)라고 한단다. 프랑스어(chic)를 거쳐 영어로 보편화 되었고 우리나라에선 시크란 신외래어로 쓰이는 모양새다.

화려한 원색이 아니라 흰색과 검정색 톤의, 차분하면서도 도회적 감각을 추구하는 패션을 두고 시크하다는 표현을 썼다. 세련되고 멋있다, 라는 패션 용어와 도도하고 차갑다는 성격 이미지는 묘하게 어울린다. 그러다 보니 사람의 성격을 규정할 때도 시크하다는 표현을 하게 된 모양이다.

시크란 말이 무심하고 도도하다는 의미로 쓰인 건, 비슷한 단어인 `시니컬`(cynical)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냉소적인 데가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이 말이 시크와 비슷한 발음인데다 어쩌면 시크의 어원이 시니컬이라고 착각해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

어딘지 모르게 냉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더러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그 사람 시크해”라고 말해왔다. 한데 그 원뜻이 그 사람은 세련되고 멋있어, 라는 것이었다니 위로가 된다. 냉소적이면서 이기적인 도회풍 사람들이 멋있고 세련된 패션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으니 아주 잘못된 표현이라고도 할 수 없다. 시크한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이 순박한 성격을 지녔다면 어딘지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약간은 시니컬한 사람이 적당히 시크한 패션을 보여준다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니 시크한 자 시니컬해도 용서하련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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