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젊은 시절을 일기로 읽는다. 일군의 사람들이 일기를 쓰고 태울 때 누군가는 내밀한 일기장을 남겨 잊고 지냈던 과거나 사유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손택의 `다시 태어나다`는 총 3권으로 기획된 그녀의 일기 중 첫 번째 책인데, 사춘기 시절부터 청춘 부분을 다루고 있다.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사랑, 결혼 생활의 갈등과 환멸, 사물과 대상에 대한 거침없는 눈썰미 등의 보고서로 읽힌다. 객관적 시선을 견지하는 그녀의 공적인 책들과 비교해 격정과 수치와 회한의 옷섶을 풀어놓은 그녀의 일기를 보면서 사람살이는 참으로 비슷하구나, 하는 위안을 받는다.
동성애자였던 그녀는 자신이 사랑한 두 여자에게서 느낀 자신만의 수치심과 모욕과 고통과 자괴를 지나치리만큼 진솔하고 가혹하게 고백한다. 개인적 정념을 넘어 그녀가 보통 사람과 달랐던 건 예술과 문화에 대한 자기 확신과 끊임없는 열정이었다. 육체적 욕망을 넘어 그녀에게는 지적 갈망이라는 거대 우물이 있었다. 스스로 판 그 우물에 문학과 음악과 영화와 비평이라는 샘물이 흐르도록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 모든 열망은 오로지 작가로 거듭나겠다는 꿈 하나로 연결되었다.
손택 자신의 청춘 보고서는 사적인 일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번지고 무너지는 자아를 다잡아 어떻게 창의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좋은 예가 되어준다. 누가 뭐래도 욕망은 다양하고 자아는 개별적이다. 육체적 욕망과 지적 욕구를 스스럼없이 발산해 나간 그녀의 젊은 내면이 그녀가 남긴 인문학적 저술의 예술혼이었음을 알겠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