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쓴다는 건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묘사가 살아있는 글은 잘 된 글이다. 그걸 문학적 글쓰기에서는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 기법이라고 한다. 그림으로 글쓰기를 하는 식이다. `글쓰기 만보`에서의 안정효 작가 식 보여주기의 예를 보자. “`더러운 남자`는 어느 정도 눈에 보인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목요일쯤이면 항상 몸에서 걸레 썩는 냄새가 나는 남자`라고 묘사하면, 일요일에 대충 목욕을 한 다음 전혀 몸을 돌보지 않는 남자를 연상하고, 그런 남자가 기거하는 방이나 집이 얼마나 지저분할지도 눈에 선하다.”
설명이 아니라 묘사의 달인이 될 수 있다면 글쓰기 고지의 반을 넘은 거나 마찬가지다. 풍경과 내면이 어우러진 한 폭 그림을 나만의 글로 그릴 수 있다면 반은 성취한 셈이다. 문장 수련과 더불어 묘사하기의 습관은 글을 쓰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 중의 하나이다. 올곧은 작가정신과 더불어 이런 기본기를 갖추기만 한다면 글쓴이로서는 날개를 단 거나 마찬가지다.
글쓰기에 비결은 따로 없다. 잘 쓰는 이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것도, 옹골찬 자기 확신도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책상 앞에 앉는 일이다. 자판 위에다 손을 얹고 무조건 타이핑해야 된다. 마음이 아니라 몸, 그것도 손가락을 움직여 쓰는 순간만이 글쓰기의 진정한 비결을 말해준다. 자판에 누른 글자가 늘어날수록 글쓰기 비법을 터득하는 시간은 짧아진다. 답을 알면서도 제대로 쓰지 못하니 나부터 안타깝다.
/김살로메(소설가)